정부가 논란을 빚어왔던 일본과의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결국 체결키로 했다. 북한의 군사정보를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내용의 협정을 그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으며 곧 서명절차를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절차적 논란과 협정 체결의 적정성 여부 등을 놓고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이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북한군과 북한사회 동향,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 등을 공유하기로 한 협정의 체결은 일면 타당성을 갖고 있다. 일본은 이지스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보유 등으로 대북 정보수집 및 정찰 기능에 강점이 있는 반면, 우리는 북한에 대한 휴민트(인적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정보) 능력이 뛰어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 일본과의 첫 군사협정이라는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무신경과 무감각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무엇이 그리 급했길래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인 기간에 슬그머니 처리했는지 의아하다. 이 안건은 국무회의에 앞서 진행되는 차관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채 즉석안건으로 상정됐다고 한다. 따가운 국민여론을 피해 군사작전하듯 비밀리에 처리했다는 인상을 갖기에 충분하다. 지난 달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일본이 독도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반대여론이 일었는데도 정부는 최소한의 여론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니 앞으로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절차적 문제 외에도 한일군사협정이 한반도 유사사태 발생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동북아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거라는 일부의 우려는 충분히 경청할만한 지적이다. 이렇듯 심사숙고 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는데 군사적 편익이라는 당장의 이해에만 골몰해 졸속처리 했다는 비난에 정부는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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