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이 생태학자로부터 '상생'에 대해 한 수 배웠다. 생태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강자 생존이 아니라 공생에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은 27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 최재천(사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를 초청, '공감의 시대, 왜 다윈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최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곤충학회로부터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 권위를 지닌 진화생물학 및 생태학자이다.
최 교수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잡았다. 그는 "다윈이 말했던 적자생존을 1등만 살아남는 최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로 해석해왔는데 사실은 좀 더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개념(survival of the fitter)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는 최적자 생존 개념에 사로잡혀 1등만 살아남는다고 배웠지만 자연계를 돌아보면 생물들은 모두가 생존을 위해 모두 서로 도우면서 공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공생 개념을 가진 인류라는 뜻의 '호모 심비우스'(공생 인류)개념을 설명하면서, 서로 공생하고 돕는 관계가 인간 사회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기 TV 오디션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나가수)'를 보면서 이런 진화론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나가수는 7명의 가수 가운데 1등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7등이 탈락한다. 또 한 사람이 떨어진다고 나머지 6명이 기뻐하지 않는 게 아니라 (탈락자와 함께) 슬픔을 나눈다. 세상은 1등만 살고 나머지가 죽는 게 아니라 서로 함께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우월주의가 아닌, 더불어 사는 공존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삼성이 공생의 생태학을 강조하는 최 교수를 특별히 초청한 건, 상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기 위해서였다.
삼성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1등 주의'기업. '넘버 1'을 강조하는 경영철학 때문에 후발주자의 한계를 딛고 반도체 TV 스마트폰 LCD 등에서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ㆍ서민들과 공생하지 못한 채 독주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날 최 교수의 '공생진화론'은 경영철학상에 큰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 삼성수뇌부의 판단.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경쟁을 하는 기업이 1등 목표를 버릴 수는 없지만 과거처럼 맹목적인 1등 달성은 더 이상 지향하지 않는다"면서 "엄밀히 말하면 '공생 속의 시장지배력'을 추구하는 것이 지금의 경영목표로 최 교수의 지적은 좋은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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