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아몰레드(AM-OLEDㆍ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기술이 이스라엘 기업에 유출됐다. 특히 유출된 정보가 중국의 후발 경쟁업체에 넘어간 정황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김영종)는 27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LG디스플레이(LGD)의 기술을 유출한 혐의(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납품업체인 이스라엘 오보텍사의 한국지사 직원 김모(36) 차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빼돌린 자료를 받은 이모(43) 부장 등 김씨의 상사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오보텍 한국지사도 양벌 규정에 따라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오보텍이 납품한 광학검사장비의 관리자 자격으로 SMD와 LGD 제조공장에 드나들며,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55인치 TV용 아몰레드 패널의 실물 회로도를 촬영했다. 이들은 불량품 점검에 쓰이는 검사장비의 촬영 해상도를 크게 높여 제품을 확대 촬영했고, 이 사진을 신용카드형 USB 등에 담은 뒤 신발이나 벨트, 지갑 등에 숨겨 공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 등은 3조각으로 나눠 촬영한 사진을 모아 붙여 제품 전체의 회로도를 만들었고, 이를 이스라엘 오보텍 본사 임원과 중국, 대만의 경쟁사를 관리하는 영업담당 직원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오보텍이 한국 기업의 핵심 기술자료를 기술 추격이 절실한 중국과 대만 업체에게 넘겨주고 환심을 산 뒤 납품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시장 규모 90조원에 달하는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국내 기술이 해외기업 본사의 손에 들어가, 현재로서는 어디까지 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오보텍 본사 및 해외지사 소속 외국인 직원들을 상대로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몰레드는 LCD보다 반응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른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그 제작 기술은첨단 국가 핵심 산업기술로 지정돼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삼성은 약 1조3,800억원, LG는 약 1조270억원을 투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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