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경선 룰 논의 시한을 내달 9일로 못박은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경선 불참' 외에는 마땅히 취할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탈당 가능성엔 선을 그어 놓은 만큼 경선 불참 이후 정치적 행보를 놓고도 선택지가 좁은 상태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경선 룰 변경 없이 경선 불참'이라는 원칙론을 거듭 밝혔다. 정 전 대표는 "당권을 장악한 사람들이 특정 개인을 당내 후보로 만드는 목적만 위해 움직인다면 자멸의 길로 빠지게 된다"며 "제가 (경선에) 참여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벗어나 대권 도전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엔 "그런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해 탈당과는 거리를 뒀다.
정 전 대표 측은 현 상태로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그걸로 '게임 오버'가 되는 만큼 내달 9일까진 경선 룰 변경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일부에선 "당 지도부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면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지만 정 전 대표 측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일단 경선 불참 쪽에 무게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경선 불참 선언을 할 경우 당 지도부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내달 9일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지사는 이날 주변 인사들에게 "당 지도부가 애매하게 결정해서 (어떤 결정을 하기에)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의 한 측근도 "고민의 시간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경선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른 측근은 "만약 경선 불참으로 김 지사가 마음을 굳히면 이후 수순은 결국 도정 복귀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은 또 다른 비박 진영 주자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정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과는 가는 길이 다른 만큼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물론 일부에선 김 지사가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고 막판에 경선 참여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 지도부의 결정을 '6ㆍ25 기습'에 비유했던 이재오 의원은 이날 경북 지역 민생투어 일정을 이어갔다. 이 의원 측은 "내달 4일 끝나는 49박50일 민생투어는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이 일정이 끝난 뒤에 비박 진영 간 논의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역시 "탈당은 없다"고 밝혔지만 트위터에 "(북한산 자락에 사는) 깜이 엄마도 뭘 준비한다나 어쩌나…"라는 글을 남겨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를 두고 가능성은 낮지만 정계개편이 추진될 경우 일정한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정치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하는 법"이라며 "당이 이대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면 상황에 따른 최선의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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