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총파업을 기점으로 노동계가 4년 만에 '하투(夏鬪)'를 본격화하는 데는 여러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년 동안 침체돼 있던 노동계로서는 각종 노동현안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정권 말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기적으로 분위기를 쇄신할 호기를 맞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면상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래서 실력행사가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화물연대에 이어 덤프트럭, 굴착기,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노동자 5만명이 소속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7일 '2번 타자'로 총파업에 나선다. 하청건설사에서 임금을 받고 있는 사실상의 노동자이면서 자영업자로 분류돼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인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건설현장의 상습적인 체불 근절을 위한 정부대책,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가입,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조합원들이 신고한 체불액수는 326건 390억원에 달하지만 해결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택배업계도 다음달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에서 자가용화물차 택배운송에 대한 신고포상금제(택배카파라치)가 시행되는 것과 관련,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전체 택배차량의 40%인 1만5,000대가 자가용화물차로 파악돼 파업 시 택배 마비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심야노동 근절을 위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쌍용차 정리해고자 복직 등 노동현안 해결을 내세우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조합원 약 14만명)도 8월28일쯤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등 완성차업체의 원하청 노조도 7월13일, 7월20일 이틀에 걸쳐 한시 파업을 시도한 뒤 교섭이 지연될 경우 8월 총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심야노동 규제 등을 쟁점화하기 위해 입법청원 방식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한 뒤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화이트 칼라 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도 7월11일쯤 쟁의찬반 투표를 진행한 뒤 7월말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임단협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대 노총이 2008년에 이어 4년 만에 '하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관련, 노동계 안팎에서는 야당의 4월 총선 패배로 각종 노동현안이 쟁점화되지 못하자 19대 국회 개원과 대선국면에서 노동 현안을 이슈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하투를 통해 노동계 영향력을 과시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개원하는 국회에서의 입법투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노동계가 정부를 압박할 만큼 하투 역량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계가 총선에 큰 기대를 걸다가 예상 밖의 결과로 상당히 침체된 상태"라며 "노동운동에 대한 낮아진 국민들의 지지를 띄우기 위해 현장투쟁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파업은 경기침체와 맞물린'생계형 투쟁'이 양대 노총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전략과 제대로 결합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