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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마라톤 기대주, 정진혁의 출사표/ "런던 톱10 향해…온 국민과 함께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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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마라톤 기대주, 정진혁의 출사표/ "런던 톱10 향해…온 국민과 함께 뛰겠습니다"

입력
2012.06.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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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은 언감생김이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금ㆍ은ㆍ동메달을 모두 따낸 한국마라톤의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마라토너 정진혁(22ㆍ건국대)의 담담하고도 솔직한 고백이다.

한국인에게 마라톤은 단순히 육상 47개 종목중의 하나가 아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조선 남아의 기개를 전 세계에 떨쳐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랬고, 광복 후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 시대엔 지칠 줄 모르는 한국인의 의지를 가장 잘 대변하는 '국민 스포츠' 였다.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는 자연스레 민족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손기정, 남승룡, 황영조, 이봉주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한국마라톤은 화려했던 옛 기억을 회상하기도 힘들 만큼 침체기에 접어 들었다. 정진혁은 "마라톤은 대표적인 헝그리 스포츠다. 국제대회에서 한번만 우승해도 일확천금을 쥐는 아프리카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쓰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라톤이 아프리카인들에겐 신분상승을 위한 도약대라면 한국인에겐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대의 아이콘"이라며 "이번 올림픽에서 이 같은 근성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정진혁은 지난 달 25일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가 지난 19일 귀국했다. 하지만 집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는 대신 곧장 경기 이천시 건국대 육상캠프로 내려가 몸을 풀었다. 정진혁은 21일 기자와 전화인터뷰에서 "내일 새벽 첫 비행기로 일본 홋카이도로 또 다시 전훈을 떠난다"고 말했다.

쿤밍은 해발고도 1800m로 고산증세를 겪지 않고서도 심폐기능과 지구력을 향상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로 인기가 높다. 정진혁은 "첫 일주일 동안은 25㎞도 숨이 찼으나 마지막 주엔 45㎞까지 무리 없이 달렸다"며 "홋카이도의 고도가 런던처럼 평지와 다름없다고 들었다. 한 달 이상 걸리는 일본 전훈기간 최상의 컨디션을 갖춰 런던에 입성하겠다"고 말했다.

마라톤대표팀 유영훈 코치는 "쿤밍에서 지구력을 끌어올렸다면 홋카이도에선 스피드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진혁이를 내달 초 챌린지 대회 1만m에 출전시켜 스피드를 점검할 계획이다. 29분 초반에만 골인하면 42.195㎞ 풀코스를 2시간9분대에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혁도 "런던올림픽 목표는 기록 경신이다. 마라톤이 열리는 8월12일 현지 날씨를 감안하면 2시간9분대면 '톱 10'도 바라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내심 12년 전에 멈춰 있는 이봉주의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도 갈아치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정진혁은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로 골인, 혜성처럼 등장했다.

풀코스 도전 3번째 만에 역대 국내랭킹 7위이자 현역 2위 자리를 꿰찼다. 마라톤 사관학교 건국대 황규훈 감독의 비밀병기였던 셈이다. 5,000m와 1만m 수업을 착실히 받은 정진혁은 그래서 막판 스피드가 줄지 않는다. 지난 동계훈련 중 마지막 5㎞구간을 15분대에 돌파해 육상계를 흥분시키기도 했다. 그는 "마라톤에 입문한지 2년 단위로 메이저대회에 참가하는 행운이 따른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과 런던올림픽, 그리고 모스크바 세계선수권(2013), 인천아시안게임(2015)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혁은 8월2일 런던에 입성할 예정이다. 대회 일주일전 식이요법이 마지막 관문이다. 그는 "전반 3일은 육식으로, 후반 3일은 곡류와 스파게티 등 면 종류의 탄수화물 섭취로 몸을 만든다"며 "아프리카의 검은 폭풍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현지 답사한 대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마라톤 출발지점인 왕립 세인트제임스 공원을 한 바퀴(3,571㎞)를 달린 뒤 시내로 빠져 나와 12.875㎞를 세 바퀴 도는 답답한 코스로 이뤄져 있다"며 "급격하게 꺾이는 코너도 무려 20곳이 넘어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도심 아스팔트와 보도블럭 표면이 매우 거칠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코스 자체만 보면 6㎞지점에서 대략 50m정도 언덕을 제외하고 비교적 평탄했다고 전했다.

정진혁은 이를 위해 마라톤 신발을 수제화로 특별 주문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후원사인 아식스 코리아가 지난 3월 스포츠공학연구소에서 정진혁의 발 모양을 정밀 측정해 맞춤신발을 만든 것. 정진혁은 "아직 신발을 받아보지 못했다. 지난해도 수제화를 신었지만 밑창이 없어서 불편했다. 그래서 올해는 밑창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마라톤 코스 바닥이 거칠다고 들었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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