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무서운 회장님'에서 직원들에 대해서만큼은 '자상한 회장님'으로 달라지고 있는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공개신청을 받아, 점심심사를 함께 할 오찬파트너들을 선발키로 한 것이다.
삼성은 26일 사내 인트라넷인 '마이싱글'에 이 회장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할 임직원 선발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임직원이라면 성별과 나이, 직급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응모할 수 있으며, 정해진 양식에 따라 '내가 회장님과 점심을 함께 하고 싶은 이유'란 내용의 응모서(A4 1장 내외)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그룹 미래전략실은 진정성과 차별성, 독창성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 8월 중 총 10명을 선정, 이 회장과 오찬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과거 한남동 자택(승지원)에서 보고받던 시절, 일반 임직원들은 특별한 사안이 아니면 이 회장과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작년 4월 출근경영을 시작한 이후, 이 회장은 직원들과 스킨십의 빈도를 높여 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 기흥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는 구내식당에서 평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고, 최근엔 과장부터 임원까지 그룹 여성 승진자들을 불러 오찬을 함께 하며 육아문제 등을 얘기했다. 지역전문가과정을 마친 임직원들과도 식사를 함께 하며 글로벌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이 회장의 이미지는 '무서운 카리스마'에 가깝다. 사장단이나 그룹 수뇌부로부터 보고받을 때는 항상 매서운 질책과 강도 높은 주문이 이어지고, 그러다 보니 '이 회장 앞에선 사장들조차 제대로 말을 꺼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직원들과 만날 때는 정반대다. 과거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기도 하고, 가사나 육아 교육 같은 일상적 소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직원들로선 전혀 '무서운 회장님'으로 느껴지지 않다 보니, 의견개 진도 자유롭다는 후문이다. 한 삼성관계자는 "(이 회장의 표정을 보면) 직원들과 식사하며 담소를 나눌 때가 가장 즐거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 역시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직접 사옥에 출근하면서 과거 승지원 보고 때와는 다른 현실을 접하게 됐고, 경영진들로부터는 들을 수 없는 얘기도 듣게 돼, 좀 더 직원과 현장 속으로 다가갈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스킨십이 확대되면서 직원들의 의견이 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결과적으로 내부 결속력과 조직 충성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경영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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