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도 없이 다른 사람 명의로 살면서 기초노령연금을 받았더라도 실제 본인이 수급 대상에 해당된다면 명의가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가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 표명이 나왔다.
26일 권익위에 따르면 윤모(85) 할머니는 어릴 적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호적에 오르지 못한 채 25세까지 무호적자로 살다가, 1953년 1월 조모씨와 결혼하면서 사망한 조씨의 전처 양모씨 명의로 살았다. 조씨는 당시 양씨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윤 할머니의 이름을 양씨 이름 그대로 바꿔 생활하게 했다.
윤 할머니는 2008년 1월부터 매월 양씨 이름으로 나온 기초노령연금 8~9만원을 2011년 6월까지 총 366만원을 받았다. 이렇게 60여년 간 남의 이름으로 살아온 윤 할머니는 2011년 7월 법원에 성과 본의 창설 허가를 신청, 비로소 본인의 이름을 되찾았다.
하지만 전남 순창군은 윤 할머니가 1952년 사망한 양씨 이름으로 연금을 수령한 것은 명백한 부당이득이라며 수령해온 연금을 반납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윤 할머니는 "호적만 제대로 됐다면 내 이름으로도 충분히 받을 수 있던 연금인데 다시 내놓으라는 처분은 부당하다"며 지난 4월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윤 할머니가 기초노령연금법이 시행된 2008년 1월 당시 이미 81세로 양씨 명의가 아니더라도 연금 수령이 가능한데다 호적도 없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경위 등을 고려해 과거에 받은 연금을 모두 내놓으라는 처분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기초노령연금제도는 노인의 기초생활권을 보장하는 지원제도이므로 수급대상자로서의 요건을 갖췄다면 보호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순창군은 권익위 의견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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