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 소비세 인상 법안이 26일 중의원을 통과했다. 소비세가 인상되는 것은 18년만이다. 이로써 일본 재정위기가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민주당 분열에 따른 정계개편, 총선거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363표, 반대 96표로 소비세 인상 법안을 가결했다. 민주당 내에서 반대가 57표가 나왔으나, 자민당과 공명당 등 야당의 협조에 힘입어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행 5%인 소비세는 2014년 4월에 8%, 2015년 10월에 10%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참의원 투표를 남겨두고 있지만, 절차상의 과정에 불과하다.
소비세 인상 법안 통과는 노다 총리의 뚝심 정치의 승리로 집약된다. 당초 민주당은 2009년 선거에서 소비세 동결을 내걸고 정권을 잡았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올해 1,000조엔을 넘어서는 등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 재정파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공약을 어긴다는 이유로 증세 문제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재무장관 출신으로, 증세의 필요성을 절감한 노다 총리는 총리직을 내걸고 소비세 증세를 추진했다.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자민당과 공명당 등 야당에 손을 내밀었고, 결국 당내 반대파를 물리치고 증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비세 증세 빅딜을 위해 야권이 경질을 요구한 방위장관, 국토교통장관, 농림수산장관 등을 갈아치웠고, 정권 공약인 최저보장연금제, 후기 고령자 의료제도 폐지 등도 과감히 철회했다.
노다 총리의 강공이 성공을 거두자 소비세 증세에 반대, 탈당하겠다고 공언하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는 "당에 남아서 당을 재생시키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한 상태여서 결별은 시간문제다.
중의원 조기해산과 총선 시기도 관심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소비세 인상에 합의한 대가로 이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 분위기에서 총선을 치를 경우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해 노다 총리가 이를 받아들일 지 미지수다. 야당은 노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거부할 경우 특별공채법안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세 증세법안이 통과됐으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법안에 따라 소비세를 지금보다 2배로 올려도 재정은 10조엔 정도가 부족해 5~10년후 소비세를 다시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소비세를 15%까지 인상하지 않으면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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