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는 원형적 생명력의 보고(寶庫)다. 걸쭉한 사투리와 입담이 어우러질 때 무대는 생동감이 넘치고 관객들은 싱싱한 말맛에 쾌감을 느낀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구수한 사투리를 살린 연극 3편이 무대에 오른다.
"마당조개, 모시조개, 미들조개, 복털조개...(중략)... 퉁퉁마디. 우산잔디, 모래지치, 갯지렁이...." 홍자와 운창의 넋두리 같은 사설은 끝날 기약이 없다. 직수굿하게 듣고 있던 화식이 냅다 소리지른다. "염병육갑하고 자빠졌네. 아따 잘들 논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의'뻘'은 1981년 전라남도 벌교가 무대다. 벌교는 전라도 사투리 중에서도 가장 찰 지고 질퍽한 것으로 유명하다. 무대를 기획한 두산아트센터 김요안 프로듀서는 "5ㆍ18 이듬해 군사독재정권 암울하고 혼란 시기, 한국인만의 고유하고 강렬한 생명력을 벌교 사람들의 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초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김은성 작, 부새롬 연출. 선종남, 윤상화 등 출연. 26일~7월 28일 두산아트센터Space111 (02)708-5001
극단 명품극단의 '옹점이'는 소설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중 '행운유수'를 무대화한 것이다. 이번에는 전형적인 충청도 사투리가 난무한다."사람이 입성이라도 깨꼼해야지유", "그렇게 헤프게 잘 처먹으니께 서방도 처먹었냐, 이년아" 등 토속어가 살아 객석을 덮친다. 충청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원작자의 글이 극단 특유의 사실주의 연기에 실려 되살아 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사실주의 연기의 정통을 익힌 김원석씨가 연출을 맡았다. '임 계신 전선', '나그네 설움' 등 귀에 익은 봉짝부터 '시골 버스 여차장', '황하 다방', '오빠는 풍각쟁이' 등 신민요풍의 가요 까지 무대 위에는 이른바 복고 정서의 고갱이가 춤을 춘다. 엿장수의 엿가위 치는 소리, 장터 약장수의 접시 돌리기 묘기 등으로 옛날 시골장터의 풍경을 그대로 살렸다. 김수진, 오경태 등 출연. 7월 3일~9월 2일 대학로아트센터K 세모극장(02)762-0810
'전명출 평전'은 경남 합천 사람인 전명출이라는 소시민을 통해서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와 인생역정을 드러낸 작품이다. 경상도 사투리에 빠진 작가이자 연출가인 박근형씨의 신작이다.
1980년 5ㆍ18 민주화 운동 이후 전두환 대통령의 시대가 왔고, 그와 같은 성씨이며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당을 받는 현장 노역자 전명출은 하루 아침에 십장으로 올라간다.급기야는 건설회사를 세워 부실 아파트를 양산해 내다 피해자들의 원성을 피해 귀향길에 오른다. 그러나 벼락부자로 변신한 그는 고향 사람들에게 마을이 국책 사업 개발 예정지로 포함됐다고 속여 한몫잡는다.
박근형씨는 "사투리에는 표준어에서 느낄 수 없는 함축성이 있다"며 "사투리 자체가 연극적"이라고 말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줄기차게 극의 중심에 끌어들이고 있는 그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주류. 경상도가 갖고 있는 특권 의식, 남성 우월주의를 사투리로 은연중에 드러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세동 정승길 등 출연. 7월 10~29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2)758-2150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