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강원도 사투리로 녹이기 위해 이달 15일부터 춘천시에 내려가서 단원들과 지내요. 기존에 익숙한 충남ㆍ경상도 말이 아니니 힘드네요." 극작ㆍ연출가 오태석(72ㆍ사진)씨는 한 식구나 다름없는 극단 목화 단원들과 요즘 춘천에서 또 뒹굴고 부대낀다. 목화 단원 22명 사이에 춘천 배우 5명도 끼었다.
이번에는 '봄봄'이다. 춘천문화재단이 지역 문화 콘텐츠로 김유정의 작품을 지정, 음악극 '김유정의 봄봄(가칭)'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 계기였다. 재단으로서는 연습 과정을 통해 오 씨의 창작 노하우를 흡수한다는 목표까지 세워 두었다. 오 씨는 지난해 춘천문화재단 주최의 경서 지방 연극제에서 '금 따는 콩밭'을 공연했던 인연이 있다.
이와 함께 오 씨가 평소에 갖고 있던 소회도 크게 작용했다. "우리 선조들의 말과 노래를 현 세대에게 가르치지 못해 가슴 아팠습니다."
그는 "무대 형식은 음악극으로 22곡의 노래가 들어간다"면서 "한국적인 뮤지컬을 위한 양식적 탐색"이라고 소개했다.
오씨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두 축으로 설명한다. 지난해 8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우수 작품에 주는 '헤럴드 에인절스'상을 받은 '템페스트', 한국 여인의 일편단심을 긴 호흡으로 그려낸 '춘풍의 처'가 바로 그들이다. '템페스트'가 서양고전의 한국화라면, '춘풍의 처'는 한국적인 연희 양식의 현대화이다. 거기까지라면 오태석 연극의 미학적 분석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다. 그러나 그는 자족하지 않았다. 오 씨는 이번 시도를 자신이 맞닥뜨린 '아픔'에 대한 일종의 보상 행위로 보는 듯하다.
"'마늘 먹고 쑥 먹고' 할 때처럼 이번에도 자막을 쓸까 해요."특히 모든 출연진이 왜장치듯 부르는 들병이의 노래처럼 가사가 뭉개질 수 있는 대목에서는 자막을 써서 이해를 도울 생각이다.
"서양 음악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자신의 노랫말이 안 들릴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 거예요."그러나 "할머니의 노랫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요즘 세대에게 확인시키고 싶다"는 염원이 기저에 깔려 있다. 굿판의 흥겨움을 요즘 세대에게도 알리고 싶다는 미학적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28일~7월 1일 춘천시 축제극장 몸짓에서 공연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