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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작가 이정명 '별을 스치는 바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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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작가 이정명 '별을 스치는 바람' 출간

입력
2012.06.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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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의 작가 이정명(47)이 26일 신작 <별을 스치는 바람> (은행나무 발행)을 냈다. 이전 두 장편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누린데다 신작이 시놉시스만으로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판권이 팔린 터라 출간 전부터 출판계 주목을 받았다.

언론 노출을 되도록 꺼려왔던 이씨는 26일 한국일보와 만나 "(드라마가 방영된 때는)소설 출간되고 몇 년 지난 터라 새삼스럽게 나서기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씨의 소설이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다.

그도 드라마의 힘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상시대에도 언어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 활자의 힘을 이야기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활자의 힘'을 증거하는 사례로 그가 찾아낸 것은 윤동주의 시다. 신작 <별을 스치는 바람> 은 이 시들을 밑천으로 1944년 윤동주의 사망 직전 수감생활 1년을 추적한 소설이다. <뿌리 깊은 나무> 의 세종과 한글, <바람의 화원> 의 신윤복과 그림처럼 역사 속 인물과 예술을 구심점으로 삼은 장편이다.

작가의 이전 두 작품이 한국형 팩션(역사적 사실을 뜻하는 '팩트'와 지어낸 이야기란 '픽션'을 합친 말)의 시초로 일컬어지지만, 정작 작가는 "팩션은 스테레오 타입화된 매뉴얼이 있는데 제 작품은 엄밀한 의미의 팩션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의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고, 추리소설이 제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독자가 사건 해결과정을 지켜보면서 소설 속 인물을 알게 되는 방식이지만 정교한 추리구조는 아니에요."

태평양 전쟁 막바지인 1944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악마라 불린 한 간수가 살해된다. 유일한 단서는 간수복 주머니에서 발견된 한 편의 시. 어머니의 헌책방 일을 도우며 문학의 꿈을 키우다 강제징집 된 간수병인 '나'(와타나베 유이치)는 사건을 떠맡아 혐의자인 젊은 조선 죄수 645번(윤동주)을 조사한다. '나'는 이 사건이 죄수들의 대규모 탈출기도와 지하에 감춰진 또 다른 미궁의 사건과 연관돼 있음을 알아차린다. 살해된 간수 스기야마 도잔은 윤동주의 시를 검열하며 그의 문학에 도취되었고, 생체실험 대상이 된 동주를 비롯한 조선인들을 명단에서 빼내기 위해 구타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의 죽음은 일본군 상부의 음모와 맞닿아있었다.

이씨는 "시대가 아무리 잔인해도 인간을 말살시킬 수 없으며 아름다운 문학과 예술의 힘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며 "윤동주의 작품과 삶을 주변인의 서술을 통해 복합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윤동주의 서정적인 시편이 본문 곳곳에 등장하는 소설은 차가운 형무소를 무대로 한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비인간성을 고발한다.

"이 소설이 윤동주를 비롯한 좋은 시를 다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제 소설이 번역되는 것보다 좋은 시들이 번역 소개되는 것이 더 기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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