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환경기술담당 직원들은 요즘 일손이 바빠졌다. 초유의 가뭄을 맞아 현재 50%정도인 산업용수 재활용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현재 24시간 정도는 물이 공급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용수가 비축되어 있지만, 최첨단 연쇄공정으로 진행되는 LCD 생산라인 특성상 조금이라도 물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다면 천문학적 피해를 피할 수 없다. 회사관계자는 "첨단공장일수록 용수는 전기만큼이나 중요하다. 하루 45만톤의 용수 가운데 24만톤 가량을 최신 설비를 통해 재처리 하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재활용률 증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이 농업을 넘어 산업 현장으로도 전이되는 양상이다. 기업마다 용수 확보를 위해 '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최악의 전력수급상황을 맞아 1㎾의 전기라도 줄이려는 싸움도 병행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경영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기업들은 '물ㆍ불(전기)과의 전쟁'까지 벌이며 힘겨운 여름에 직면하고 있다.
가뭄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중부권, 업종은 중화학산업 공장들이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충남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184.7㎜로 평년 대비 66.9%에 불과하고 저수율도 전국 최하위인 25.7%를 기록하고 있다.
급기야 19일 서산 대산산업단지의 수원 노릇을 하던 대호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고, 단지에 입주한 현대오일뱅크 KCC 5개 석유화학사들은 무려 70㎞나 떨어진 아산호에서 용수를 끌어다 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배관, 수질 변경에 따른 약품처리 작업 등을 포함해 용수원을 아산호로 바꾸는 공사를 15일에야 가까스로 마칠 수 있었다"면서 "며칠만 늦었더라면 용수 때문에 공장이 멈춰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뻔 했다"고 전했다.
이들 중화학분야 공장들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물을 많이 쓰기 때문에 용수부족은 곧바로 심각한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때문에 쓰던 물의 재활용에 집중하고 있는데, 하루 15만톤의 공업용수를 쓰는 포스코의 경우 폐수처리장치를 거쳐 한 번 사용한 물의 98% 이상을 공정에 재투입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내달 말까지 전 직원을 상대로 물 절약 아이디어를 공모 중이며 제철소 내 빗물을 한 곳에 모아 정수 처리하는 오탁수처리설비를 만들어 기존 용수를 대체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순수(불순물이 없는 물) 회수율 51%를 달성한 삼성전자나 전체 폐수 발생량의 33%를 감축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등도 용수 재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물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기업들은 전력문제가 더 당면과제다. 경기 안산의 B제강업체는 전체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재료비 다음으로 높은데, 절전시설은 비용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당장 내달부터 닥칠 전기료 인상이 큰 걱정거리다. 이 회사 대표는 "지난해 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전기료가 7% 오르면 단순 계산으로도 2,000여만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전기료가 인상되면 가스, 폐수 재처리 등 부대비용도 동반 상승할 게 뻔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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