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본입찰을 마감한 지난 20일, 유진기업과 선종구 전 회장 등 매각자 측은 롯데그룹과 MBK파트너스 측이 제시한 가격이 예상을 밑돌자 난감해 했다. 적어도 주당 8만원은 넘는 가격에 팔려고 했지만, 신세계와 SK네트웍스는 본입찰을 포기했고 롯데와 MBK 역시 이에 못 미치는 가격을 써 냈기 때문. 매각자 측은 양쪽에 가격을 좀더 높여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응한 사모펀드 MBK가 롯데를 제치고 하이마트를 잡게 됐다. 하이마트가 다시한번 사모펀드의 손에 넘겨지게 된 것이다.
예상을 깬 이번 결과는 "1등 기업은 잡는다"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05년 김병주(사진) 회장이 자신의 영문 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에서 이니셜을 따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 김 회장을 포함해 6명의 파트너가 공동 운영하는 형태지만 김 회장의 영향력이 특히 절대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로,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10세 때 혼자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경험을 쌓은 후 95년 살로먼스미스바니에 영입돼 34세에 최연소 임원이 됐다.
1999년 미국의 세계적 사모펀드인 칼라일의 한국 대표를 맡은 후 그는 한미은행 인수를 성공시켰다. 사모펀드였던 칼라일이 직접 은행을 매입하는 것이 어렵자 JP모건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2000년 4,500억원에 한미은행을 인수했고, 4년 뒤 이를 씨티그룹에 되팔아 7,000여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2005년 한국 정부가 '토종 사모펀드'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하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그는 이후 현재까지 모두 16개 기업을 인수하며 자산규모 38억달러에 달하는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키워냈다. 한 금융계 인사는 김 회장에 대해 "전형적인 월스트리트 출신으로 탁월한 투자판단을 갖고 있으며 아마도 현재 활동하는 국내 사모펀드쪽에선 가장 탁월한 인물일 것"이고 평했다.
하이마트 인수에서 보듯 김병주 회장의 지론은 '1등 기업을 산다'는 것. MBK는 지난 2007년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가 하이마트 경영권을 매각할 때도 최종후보로 참여해 유진그룹, GS그룹 등과 자웅을 겨뤘었다. 당시 유진그룹이 승리했지만 이후에도 하이마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꾸준히 모니터링해 왔기 때문에, 이번 매각에서 자신 있게 공격적인 입찰을 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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