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에서 감기 환자에게 지급하는 재정이 암 환자에게 투입되는 재정의 78%에 이르러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감기 환자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급여비)은 2조8,505억원이었다. 암 환자 94만4,414명에게 지급된 3조6,497억원의 78.1%에 이른다.
지난해 암 환자들은 총 진료비 중 2,775억원을 본인이 내고, 나머지는 건보가 부담했다. 암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을 5%로 적용하는 산정특례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진료비(특진비), 상급병실료 등 건보가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애초에 총 진료비 집계에서 제외되므로 암환자의 실제 부담은 훨씬 더 많다.
그나마 암에 투입되는 건보 재정 대비 감기에 투입되는 재정의 비율은 2007년 91.7%, 2008년 89.7%, 2009년 94.8%, 2010년 82.6% 등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영순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증ㆍ경증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는 정해진 것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감기에 (건보 재정이) 지나치게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국민은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아 지난해 2,779만명이 내원했다. 김성옥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은 감기환자가 찾아오면 의사들이 조언만 해주거나 약국에서 (건보 재정에서 나가지 않는) 일반약을 구입해 먹도록 많이 권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원 등에서 감기환자에게도 항생제 등을 과다 처방하는 것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감기에 대한 과다한 건보 재정 투입은 이 같은 의료계의 태도에서 기인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기와 같은 경증질환 환자에 대한 진료비 본인부담을 늘리고, 중증 환자의 본인 부담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는 경증, 중증을 막론하고 건보에서 내는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은 건강보험에서 입원환자의 진료비를 평균 90%, 외래는 80% 보장하지만 우리나라는 60% 초ㆍ중반으로 전체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입원 보장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지만, 외래환자의 보장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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