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게임에 약한 걸까. 많은 인수합병(M&A)을 하면서도 유독 대형 인수전에선 번번이 실패했던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최근 주목 받았던 3개의 전자 유통회사 인수전에서 ▦전자랜드는 신세계에 ▦하이마트는 MBK파트너스에게 빼앗긴 상태인데 과연 롯데가 마지막 남은 매물인 웅진코웨이 인수에서 큰 베팅에 나설 지가 관건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주당 인수가격을 8만원도 안 되게 제시, MBK에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영업권 프리미엄이나 기업가치 그리고 시너지 효과까지 다각도로 검토해 제시한 가격이었다"면서 "매각자측이 본 입찰 때 제시한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 롯데가 1조원이 넘는 '빅 매치'에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오비맥주부터 이후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통운 등 대형 입찰에서 번번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는 데 실패했다.
일각에선 "너무 통이 작다"는 평도 나오지만, 롯데측은 "제값보다 절대로 많이 주고는 사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란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롯데는 2010년 이후 바이더웨이, GS스퀘어 및 마트, CS유통, 그랜드백화점 등 주로 중형규모 이하의 업체들을 인수했고, '승자의 저주'에도 시달리지 않았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롯데가 29일로 예정된 마지막 남은 빅 매치인 웅진코웨이 본 입찰에서도 신중모드를 견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도 "웅진코웨이 역시 '원칙대로' 참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롯데가 전 대표의 비리 등 문제가 많았던 하이마트보다는, 새롭게 방문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 웅진코웨이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있어 이번만큼은 통 큰 베팅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개의 유통매물 중 하나도 갖지 못하는 상황을 롯데도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웅진코웨이 인수전에는 롯데쇼핑, GS리테일, 중국 전자그룹 콩카, MBK파트너스 등이 출사표를 낸 상태. MBK파트너스가 하이마트를 차지함에 따라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롯데와 GS, 중국 콩카그룹의 삼파전이 될 전망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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