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이나 전쟁의 참화로 인한 장애인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반인들의 100배 이상이지요. 이젠 그곳 사람들도 돕고 싶습니다.”
‘장애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회복지법인 춘강의 이동한(61) 이사장이 상금으로 받은 3억원을 저개발국가의 장애인을 위한 해외지원기금으로 쾌척했다. 이 상금은 그가 장애인 권익향상과 복지증진에 앞장서온 공로로 최근 ‘2012 호암 사회봉사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것이다. 이 이사장은 2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은 어느 정도 구비가 됐다”며 “가난과 각종 분쟁으로 인해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부는 호암상 상금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면서 이뤄졌다. 그는 소득세 원천징수분을 직접 부담하기도 했다. “세금을 제한 금액을 기부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봉사상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세금을 부담했다”고 했다. 모금회는 1억원 이상 기부자를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분류함에 따라 그는 118번째 회원이 됐다. 익명회원 17명을 포함하면 135번째다.
제주 출신으로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지체장애 2급의 중증장애인이다. 상금 전액을 내놓은 것은 자신의 과거 경험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한국 전쟁 후 당시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는 바람에 어머니가 없으면 나는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는 엄청난 공포에 시달렸어요. 요즘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 장애인들의 삶은 내가 경험한 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이 사장은 장애를 극복하고 조경업 등을 통해 사업가로 성공한 뒤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1987년 사회복지법인 춘강을 설립했다. 또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직업재활사업과 함께 중증장애인의 의료재활을 지원하는 제주재활의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장애인 복지는 보호가 아니라 직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보다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해외 장애인에도 관심을 쏟겠다”고 말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식은 26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사랑의열매회관 강당에서 열린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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