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우리의 대사제/ 하느님 뜻에 맞는 대사제여라/ 주의 의로운 대사제 오셨네…'
25일 오후 2시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착좌식이 열리는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대성전. 3,000여명의 신자들이 부르는 입당성가 '보아라 우리의 대사제'가 파이프 오르간 반주에 맞춰 은은히 울려 퍼졌다.
착좌식은 교황과 교구장 주교가 정식으로 직무를 인수받는 취임식. 이날부터 염 대주교는 14년간 봉직해온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서울대주교 143만 신도를 이끄는 최고 수장 소임을 맡게 됐다.
전임 교구장인 정 추기경은 연단에 올라 "염 대주교는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성실한 사목자"라며 "하느님이 염 대주교를 서울대교구장에 임명하셨으므로 하느님께서 뒷받침해주실 것이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큰 박수를 받았다.
착좌식은 정 추기경이 목장(牧杖)을 염 교구장에게 건네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목장은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지팡이다. 목장을 건네 받은 염 교구장은 주교가 교회 의식 때 앉는 노란색 의자(주교좌)에 앉았고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염 교구장은 강론에서 "부족한 제가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오 복음 28장 20절)고 하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만을 믿고 이 자리에 섰다"며 "특정 계층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한 착한 목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는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죽음의 문화에 맞서 생명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염 대주교는 특히 "6월 25일은 62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날"이라며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두 토막이 난 한 몸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살이 돋고 하나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는 축사에서 "한 교구를 관장한다는 것은 사법적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분명하게 전하는 목자로서 헌신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천주교는 고난 속에서도 사랑의 복음을 안고 전국으로 퍼졌다'며 "염수정 교구장도 이 같은 천주교의 전통을 이어 사랑을 전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염 대주교는 2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베네딕도 16세에게서 팔리움(Pallium)을 받는다. 팔리움은 교황과 대주교가 제의 위 목과 어깨에 둘러 착용하는 좁은 고리 모양의 양털 띠로 주교 임무의 충실성과 교황 권위에 참여함을 상징하고, 바티칸과 일치를 보여 주는 표지다.
염 대주교는 1943년 경기 안성의 가톨릭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나 70년 사제 서품을 받고, 2002년 주교로 임명된 뒤 교구 총대리 주교로 활동했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묵시록 22장 20절)이라는 말씀을 사목표어로 삼고 있다. 두 동생인 수완ㆍ수의 신부도 서울대교구 내 본당에서 주임사제로 사목하고 있다.
이날 33도가 넘는 불볕 더위에도 염 대주교의 착좌를 축하하기 위해 이웃 종교 지도자들인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등이 참석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 등 정당 대표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대권 후보, 고흥길 특임장관,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 등 정부 관계자, 주한 외교사절의 모습도 보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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