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8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국내 대표 무용가 이매방씨는 춤과 인연을 맺은 후 한 번도 다른 곳에 눈길을 준 적이 없다. 26일 밤 EBS '직업의 세계-일인자'에서 그 '외길 춤꾼'을 만나본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이씨는 7살 때 옆집에 살던 권번(기생 조합)장의 권유로 춤에 입문한다. 이씨는 스승 이대조 선생과 광주 권번의 박영구, 이창조에게서 승무와 북놀이, 검무 등 전통무용의 기본을 차례로 익힌다. 초등학생 시절엔 5년간 중국에 머물며 전설적인 무용가 메이란팡(梅蘭芳)에게서 칼춤과 등불춤을 배웠다. 그러다 15살 때 판소리 명창 임방울의 공연에서 춘 승무로 대중 앞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는 승무와 살풀이춤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다. 승무는 말 그대로 승복을 입고 추는 춤. 기교와 예술성이 뛰어난 국내 대표 민속춤으로 꼽힌다. 살풀이 가락에 맞춰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하는 살풀이춤에는 한(恨)이 서려있다. 현존하는 예술인 중 두 분야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는 그가 유일하다.
이씨의 나이는 여든을 훌쩍 넘겼다. 10년 전에는 위암 수술도 받았다. 지칠 법도 하건만 그의 머릿속에는 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최근엔 다른 무용가들과 합동공연을 하고 있어 더욱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주 오래 전 데뷔 무대에 오르던 15살 소년처럼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이씨. 5분 남짓 짧은 공연이지만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려 매번 모든 체력을 끌어 모아 펼치는 춤사위에선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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