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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노처녀 코털 건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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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노처녀 코털 건드리기

입력
2012.06.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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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직장 동료들과 영흥도로 낚시를 갔다고 했다. 아니 이 땡볕에 여직 고여 있는 물이 있단 말이지. 물고기를 신으로 여겨 기우제를 지내도 모자랄 판에 그 날것을 건져 회 쳐 먹는단 말인지. 통화 끝에 혀를 끌끌 차는데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말끝을 흐리는 게 느껴졌다.

지금 걔가 사랑에 눈이 뒤집어졌는데 그 걱정이 들겠냐? 맞다, 내 동생 시방 연애 중이지. 가로수들 수액 한 대씩 꽂고 간신히 버티는 안타까운 상황인 건 알겠다만 동생 말마따나 제가 자리보전하고 눕는다고 소나기가 쏟아질 것도 아니고 대체 가족들이 왜 하나같이 도끼눈으로 목하 열애 중인 한 여자를 째려보느냐고?

초면에 무릎 꿇고 앉아 제게 어떤 화살표가 날아올까 전전긍긍하던 동생의 남자친구는 키도 크고 잘생긴 것이 그 허우대만큼은 멀쩡했다. 외모 따지던 이십 대였다면 그만하면 됐다 했으련만 부모는 뭐하시니, 연봉은 얼마니, 어느 학교 나왔니, 집은 전세니 월세니 거참 장모도 아니면서 시시콜콜 끝도 없이 꼬리를 잡던 내 질문이라니.

말끝마다 토 달고 나설 시누이 없는 게 어디냐 하면서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를 허락한 엄마는 쿨한 척은 했으나 내심 뭔가 아쉬운 눈치였다. 아까워 죽겠네, 수백억 땅 부잣집 맏아들 중매 들어왔는데… 그래? 그럼 내가 나갈까? 웃자고 던진 말인데 젠장, 서른둘 이상은 여자로 안 본다니 까다로운 그대 이름 남자여, 고르고 고르다 평생 버림만 당하시라, 흥!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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