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가 한류(寒流)되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죠."
조현호, 전근기, 진종욱. 같은 대학에 나란히 입학해(홍익대 경영학과 06학번) 비슷한 시기에 군대를 갔다 오고, 같은 동아리(커버댄스동아리'몸부림')에서 함께 춤추며 놀던 올해 스물 여섯의 동갑내기 대학생들이 이런 걱정을 하다 '대박'을 터뜨렸다.
흔하디 흔한 공모전에서 우승 한번 차지한 것인데,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고용노동부 장관상과 부상으로 증정된 상금 1억원, 졸업하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CJ 취업기회도 매력적이지만 이들 아이디어가 범상치 않은 까닭이다. 특허출원 신청까지 들어간 창업 아이템이다.
CJ는 예비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개최한 공모전 '온리원 아이디어 페어'에서 이들이 제안한 '슈퍼투어K'를 최고의 창업아이디어로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슈퍼투어K는 체험 중심의 한류 문화패키지 관광상품으로 2,500여개의 출품작들과 3개월간 경합을 벌여 이날 우승작으로 결정됐다. 조현호씨는 "해외여행 중 한 외국인 친구로부터 'K팝 뮤직비디오를 보고 한국 여행을 했는데 한류스타는 물론이고 도대체 뭘 보고 왔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는 얘기가 계기가 됐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 와서 겉만 핥다 되돌아 가더라는 두 친구의 목격담이 더해지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들이 만든 슈퍼투어K는 "더 이상 한류 스타의 뒤 꽁무니만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는 '손님 우선주의'관광상품"(조현호)이고 "K팝 스타들의 공연을 바로 볼 수 있는 직행 티켓"(전근기)이자 "한식 요리 등의 체험을 통해 결국엔 진짜 한국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약"(진종욱)이다. 가령 관광객들은 백설요리원에서 전통음식 불고기를 직접 만들어 맛보고, 이후 CJ E&M 본사로 이동, 엠넷(Mnet)의 콘서트 프로그램을 방청하며 한류스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밤에는 N서울타워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신병철 CJ 마케팅총괄 부사장은 "이렇게 체계적인 한류관광 상품을 없었다"며 "한류 확산과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개월은 학교 수업도 미루고 여자친구와도 이별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멘토링 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은 슈퍼투어K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백설요리원에서 직접 죽을 만드는데 얼마나 재미가 있던지 직접 요리사로 나서볼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관광객들에겐 얼마나 재밌겠어요."(진종욱) "엠카운트다운 방청 갔더니 12시간 기다렸다 2시간 공연 보고 이튿날 돌아간다는 외국인이 있었는데, 우리 상품이 먹히겠다 싶었죠."(전근기) "000 소속사 사무실 앞에서 사진 찍고, 000가 자주 간다는 베이커리에서 빵 사먹고 가는 한류 관광 상품도 매진인데 우리 것은 오죽하겠어요."(진종욱) 결국 예상들은 모두 적중했다.
거액의 상금에 취업 걱정까지 사라진 탓에 즐거울 법도 했지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더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이게 우리 일이다 생각하니 잠이 와야 말이죠." 그들은 어느새 어엿한 사장님이 돼 있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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