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연립정부가 새 구제금융 협상안을 꺼냈다. 대부분 긴축을 완화해 달라는 내용이어서 25일 그리스를 방문하는 트로이카(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실사단과의 협상에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당 사회당 민주좌파로 구성된 연정을 이끄는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23일 "구제금융 재협상을 추진해 임금과 연금에서 추가 삭감이 없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긴축재정에 따른 공공부문 인력 감축과 비용절감에 대해서도 추가 감축에 반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 긴축을 이행하겠다는 기존 공약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보였다.
이날 연정이 제시한 재협상안은 ▦재정적자 목표 달성기한을 2014년에서 2016년으로 2년 연장 ▦민간부문에서의 단체협약 교섭권 허용 ▦체납 소득세율 상한선 25%로 지정 ▦외식업 부가가치세 23%에서 13%로 인하 ▦실업수당 확대 및 연장 등 긴축을 완화하고 성장과 사회보장은 강화하는 내용이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 인력 15만명을 감원하는 계획도 철회해줄 것을 트로이카에 요청할 방침이다.
재정적자 목표 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추가 임금ㆍ연금 삭감, 대량해고 등이 불가피하다. 뉴욕타임스는 높은 세금과 적은 임금, 22%에 달하는 실업률 등으로 고통받는 그리스가 재협상에 실패할 경우 그리스 민심이 다시 한번 들끓을 것이라고 전했다.
돈줄을 쥐고 있는 트로이카가 새 협상안을 받아들일지는 회의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얀 케이스 드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도 "선거로 많은 시간을 허비한 그리스는 (긴축 정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가 추가로 구제금융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트로이카로부터 긴축정책을 잘 이행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며 "그리스가 협상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23일 왼쪽 눈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사마라스 총리는 건강상의 이유로 그리스 문제를 논의하는 28, 29일 EU정상회담에 불참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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