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과후 학교 운동장이나 아파트 공터 등에서는 서로 잡고 잡히며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유재석 김종국 송지효 등의 역할을 나누어 맡는다. SBS 주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놀이다. 언뜻 보기엔 보통 술래잡기 같지만 '유재석'은 옮겨 다니며 숨을 수 있고, '김종국'은 술래에게 잡혀도 넘어질 때까지는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있는 등 런닝맨 출연진 특성을 활용한다.
PC, 휴대폰, 비디오 게임기를 끌어안고 종일 '방콕'하던 어린이들을 뛰어다니게 만든 런닝맨이 24일 100회째 방송을 탔다. 2010년 7월 첫 방송 이후 1년이 넘도록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런닝맨이 고정팬을 확보하면서 동시간대 왕좌에 오른 후 당분간 끄떡없을 태세다. 런닝맨을 이처럼 날아오르게 한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인물 개성 드러나면서 정착
런닝맨의 초기 부진은 '동동 떠 다니는' 인물들 탓이 컸다. 별 개성도 특징도 없는 출연진을 두 편으로 나눠 숨고 찾는, 그저 그런 게임 버라이어티에 불과했다. 런닝맨에 시간대를 물려 준'패밀리가 떴다'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였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서 유재석은 '유임스본드(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본드처럼 첩보전에 능함)', 김종국은 '스파르타국스(전사 스파르타쿠스처럼 상대편을 무자비하게 제압)', 송지효는 '버럭지효(소리를 지르면서 괴력을 발휘)', 하하는 '난봉 하로로(만화 캐릭터 뽀로로와 닮은데다 여성 게스트만 나오면 사귀자고 유혹)'식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캐릭터가 정착하자 제작진도 한숨을 돌렸다. 연출자인 조효진 PD는 "50회 태국 특집을 전후해 인물들의 특성이 잘 드러났고, 다양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본다
런닝맨은 소수의 마니아만을 겨냥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출연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마냥 뛰어다니는 게 신기했던 아이들이 주요 시청자였다면 아이들 뒤에서 씁쓸하게 TV를 지켜보던 아버지들도 어느 새 빨려 들어갔다.
이를 위해 제작진이 선택한 전략은 다양한 게스트 출연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축구스타 박지성을, 아저씨들을 위해 소녀시대를,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팬들에게는 한가인을 선물했다. 마음 먹은 게스트는 모두 모셔왔으니 '섭외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했다.
100회까지 출연한 게스트만 줄잡아 129명. 거의 매회 새로운 게스트가 참여하다 보니 런닝맨 규칙이나 놀이방식도 간단하게 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자칫 복잡할 수도 있는 게임 규칙을 단시간 반복학습으로 게스트들에게 알려줬고, 따라서 처음 보는 시청자도 금세 이해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특정 건물이나 장소에 대한 간접광고 논란과 게스트들의 홍보성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멘트 등은 옥의 티라는 지적도 있다.
런닝맨의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들어 시청률이 15% 이하로는 거의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정팬이 탄탄한데다 참신한 시도도 해볼 요량이기 때문이다. 조 PD는 "시민들이 즉흥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기회를 늘리고 고령층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