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0시 0분에 애를 낳는 산모들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 시간에 전국에서 그렇게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은 도합 몇이나 될까. 애를 낳자마자 퉁퉁 부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서는 특별하게 낳은 만큼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다짐을 다지는 산모들이 점점 낯설어지는 요즘, 피곤하다는 말을 아이스커피처럼 달고 살다 보니 집안에서 애가 태어나고 개가 태어나도 흔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종종 한숨도 쉬는 게 나더란 말이다.
생각해보라. 나로 인해 세상에 나온 아이의 입에서 삶을 원망하고 부정하는 말이 쏟아진다고 할 때 그 되돌릴 수 없는 서로간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으랴. 엄살떨지 말고 일단 낳기나 하라는 게 주변 어른들의 말씀이거늘, 그제는 변명이랍시고 이렇게 토로했다.
보세요, 내가 용 안 써도 인구가 5천만을 넘었다고 하잖아요.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에 가입했다기에 이게 뭔가 했더니만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을 넘고 인구가 5천만 이상임을 의미한다나. 독자적 내수 시장을 갖춘 경제 대국임을 증명하는 수치라는데 순간 코웃음이 터졌다.
번드르르한 겉모습에 비해 누덕누덕 기워 입기 바쁜 우리 경제의 현주소가 정말이지 눈 가리고 아웅 같아서였다. 언제부터 쌍용차인데 여직 쌍용차일까. 뒷짐 지고 사태 해결은커녕 나 몰라라 시간만 보내고 있는 이 나라는 오늘도 돈 줘가며 애 낳기나 장려하고 있다. 책임도 못 질 주제에!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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