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극우파 일본인이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타캐시마는 일본땅'이라 적힌 말뚝을 묶은 영상을 촬영 유튜브에 배포한 것과 관련,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어 경찰이 난감해 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22일 "이 사건으로 여론이 격앙된 것은 알지만 피해 주체나 혐의가 명확하지 않아 따로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찰은 소녀상의 상징적 의미를 생각해 모욕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특정 인물이나 단체가 고소한 게 아니라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성(48)씨도 "아침에 소식을 듣고 재물손괴로 고소할 수 있을까 싶어 1시간 동안 소녀상 주변을 둘러봤다"며 "잠깐 말뚝을 묶어 놓은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는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로, 소녀상에 하얀 말뚝을 묶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18일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말뚝이 놓여 있던 것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영상을 발견했다.
자신을 일본 유신정당ㆍ가미가제본부 대표라고 소개한 스즈키는 4분 가량의 동영상에서 "일본대사관 앞에 매춘부상을 설치한 데 대해 일본인은 분노하고 있으며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영상 속 말뚝에 일장기가 새겨져 있는 등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앞에서 발견됐던 말뚝과 유사한 점에 비춰 두 사건 모두 스즈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마포서 역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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