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의 성패를 가를 운명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경선룰 변경을 두고 마주 달리는 새누리당내 친박ㆍ비박(非朴) 진영의 정면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비박 진영 대선주자 3인은 22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로의 경선 룰 변경이 없으면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자 당 안팎에선 "경선이 실제로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세 사람 공히 출마 선언 때부터 이런 입장을 피력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비례해 발언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 등에 출연해 "오픈프라이머리로의 경선 룰 변경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억양은 어느 때보다 강경하고 단호했다. 김 지사 측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1987년 직선제 개헌 투쟁의 각오로 경선 룰 변경에 임할 것"이라고 말해 결기가 간단치 않음을 내비쳤다.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언명도 다르지 않았다. 정 전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선 룰이 바뀌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YTN에 출연해 "후보들이 동의할 룰이 나오지 않으면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재안으로의 타협 가능성에 대해 "친박측에서 중재안을 내놔야겠지만 아마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머니 안에서 경선 불참 카드를 만지작대는 비박 진영 주자들의 손아귀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박 진영 대선주자들이 경선에 불참할 경우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은 사실상 '박근혜 전 위원장 추대' 분위기로 흐를 수밖에 없다. 비박 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체 경선을 통한 3인 간 후보단일화 아이디어도 그다지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비박 주자 3인이 빠질 경우 경선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비박 주자들이 아직은'귀환 불능점'을 넘어선 것 같지 않다. 실제로 비박 주자들이 경선에 불출마할 경우 그 뒷감당이 만만치 않다. 탈당하거나 대선을 접어야 하는데 어느 경우도 세 사람 모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지금은 입을 모아 '경선 불출마'를 얘기하고 있지만 끝까지 행동을 같이할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찍혀 있다. 동상이몽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선 불참을 얘기하는 세 사람의 발언에서도 뉘앙스의 차이가 적지 않게 느껴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세 사람이 운명을 같이 할 이유는 정치적으로는 물론 태생적으로도 없다"며 "지금은 '비박'이란 배를 함께 타고 있지만 언제든 하선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게 세 사람의 솔직한 속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경선 룰을 둘러싼 위기의 고조는 극적 해결의 전조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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