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빅4'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정상들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1,300억유로(약 190조원)를 성장 재원으로 충당하기로 합의했다.
4개국 정상들은 2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유로존 재정 위기의 첫 번째 과제는 성장을 재추진 하는 것"이라면서 이 같이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28,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될 예정인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합의를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하고 "유럽이 더 단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익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회의에 앞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 정상들이 위기를 해결할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유럽은 투기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미국과 서유럽 대형은행 15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져 은행의 손실 위험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무디스는 이날 "은행들이 시장 변동성에 지나치게 노출돼있고 자본시장 활동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15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1~3단계 내렸다. 강등 은행은 크레디트스위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씨티,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왕립스코틀랜드은행, BNP파리바, 크레디트아그리콜, 도이체방크, 왕립캐나다은행, 소시에테제네랄, UBS 등이다. 미국 5대 은행 중에서는 웰스파고만 강등을 면했다.
무디스는 신용 등급 강등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은행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건, HSBC, 왕립캐나다은행 등 세 곳은 시장 변동성을 상당 부분 상쇄할 여력을 갖춘 상위 그룹으로 분류됐다.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는 주주들이 지나치게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약점이 있지만 그럭저럭 효과적으로 관리가 이뤄지는 은행으로 평가됐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모건스탠리, 왕립스코틀랜드은행은 가장 취약한 그룹으로 분류됐다. 위험 관리에 문제가 있거나 시장 변동성에 약점이 있다는 뜻이다. BBC의 경제에디터 로버트 페스턴은 "무디스가 은행을 프리미어(1부)리그, 챔피언십(2부)리그, 리그 원(3부)으로 나눴다"고 평가했다.
한편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22일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구제금융을 25일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 서한에는 구체적 금액은 명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스페인 은행을 살리기 위해 투입해야 할 EU 구제금융자금이 총 620억유로(90조692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독일과 미국의 회계법인이 평가한 이 금액은 당초 예상의 최대치(1,000억유로)보다 작지만 최소치(400억유로)보다는 크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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