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군 조종사가 전투기를 몰고 망명한 것을 두고 권력 핵심층의 조직적 이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시리아 공군 소속 하산 함마데흐 대령이 미그21기를 타고 요르단으로 망명할 때 다른 조종사 3명도 함께 탈출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망명이 거부당할 것을 우려, 탈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마데흐는 21일 시리아 남부 데라에 대한 공격 명령을 거부한 후 전투기를 몰고 요르단 공군기지에 착륙, 정치적 망명 허가를 받았다.
텔레그래프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측근들도 비밀리에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권력층이 레바논과 중국으로 거금을 이체하고 서방과 연락하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반정부 관계자 역시 "탈출 기회를 엿보는 고위 관리들을 알고 있다"며 "대통령궁에서 일하는 사람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정부군 장교 아흐메드 메나는 "시리아 정부군에 탈출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가 적절한 기회에 활용하기 위해 기다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투기 조종사의 망명은 알아사드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공군은 시리아 군부에서도 충성심이 가장 강한 세력으로 알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 역시 공군 장교 출신이다. 이 때문에 조종사의 탈출은 알아사드의 권력 장악력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터키 군 관계자는 22일 시리아 인근 지중해 상공을 비행하던 터키 군용기 1대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 시리아 방공 부대가 미확인 비행기 1대를 격추했다고 전했으나 시리아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사라진 터키 군용기 기종은 F-4이며 조종사 2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군 당국은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터키 현지 언론은 두 명의 조종사가 지중해 공해상에서 구조됐다고 전했다. 터키와 시리아는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3월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관계가 악화됐다. 현재 터키에는 시리아 난민 3만2,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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