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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초기 이민자 삶 다룬 책 낸 이선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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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초기 이민자 삶 다룬 책 낸 이선주 교수

입력
2012.06.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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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디아스포라’였지요. 흩어져 살면서도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며 하나로 뭉쳐있던 이산민족의 전형이었어요. 그게 미국 하와이 초창기 한인 사회였습니다.”

하와이에 처음 건너가 정착한 한국인들을 다룬 영문 책 을 낸 이선주(49) 이화여대 HK연구교수는 할말이 많아 보였다. 하와이 초기 이민자들의 삶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2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국 땅에서 나라 잃은 설움에 괴로워하며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던 그들이지만, 이들에 대한 존재감 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가 하와이 초창기 한인에 주목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2008년 하와이 이민 2세대이자 한인연구가인 로버타 장(81)을 만난 게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로버타 장이 20여년 간 수집한 하와이 이민 2세대들의 인터뷰 영상과 사진 자료를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에 기증했는데, 이 교수가 정리 및 분석 업무를 맡은 것이다. “50여 건의 인터뷰에 이민자들의 고생담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어요. 이들의 평균 나이가 60세여서 더 늦기 전에 육성과 발자취를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기더군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인터뷰 한 명과 관련된 내용이 A4 용지로 평균 20장 이나 됐다. 한 인터뷰당 최소 50여명의 이름이 등장했다. “역사를 기록하는 거여서 수도 없이 확인 작업을 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영어로 제대로 정리하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어요, 그 중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19건의 인터뷰를 추리고 문법적인 오류를 잡아 편집하는데 또 1년이 소요됐지요.”

이렇게 3년을 씨름했다. “처음엔 잘 정리되지 않았지만 인터뷰에 응한 50명의 이민자들을 매일 만나 얘기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당시의 생활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어요. 이민자들이 온몸으로 떠안고 살아온 고통을 듣고 떠올리며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이 교수는 50명의 인터뷰이중 하와이 초창기 이민 실상을 비교적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설명한 19명을 추려 이들의 삶을 책에 담아냈다. 19명 중 18명이 여성이다. “남성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공적인 의미를 부여했어요. 사실이 왜곡될 소지가 많았던 거죠. 여성들은 삶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더군요.”

하와이 초기 이민자들의 삶은 작은 역사이기도 했다. “이승만, 박용만, 민찬호 등 나중에 민족 지도자들로 성장한 위인들의 이름이 이민자들의 입을 통해 자주 등장합니다. 이승만 박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어요. 하와이 이주 한인들의 개인사가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믿습니다.”

책에는 ‘비화’도 일부 들어있다. 하와이에 체류하던 이승만 박사가 독립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한인 사회가 분열됐거나, 그와 한인 학교 교장을 역임했던 노디 김과의 염문설 등이 이민자들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역사도 개인이 있기에 가능한 거 아닌가요. 초창기 하와이 한인들의 존재가 근현대사를 제대로 알게 하는 통로로서 주목받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교수는 한국어 번역판도 낼 계획이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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