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왜 항상 몰락하는가/티머시 파슨스 지음/까치 발행ㆍ584쪽ㆍ2만5000원
미국 또는 중국을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제국으로 보고 그 운명을 따라가 보는 책이 유행처럼 번졌던 것이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21세기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제국은 과연 영원한 실체일까? 사실에 의거한 과학적 분석과 전망, 즉 역사학적 관점에서 제국은 불멸의 강고한 시스템인가? 이 책은 제국의 몰락을 필연적인 것으로 본다. 책의 시선은 당연히 역사적이다. 그러나 기존 서적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빠졌던 중세의 이슬람- 에스파니아를 다루는 등 보다 확대ㆍ심화된 문제 의식이 돋보인다.
로마령 브리타니아, 이슬람이 지배했던 에스파니아, 에스파니아령 페루, 인도에서 막대한부를 유출해갔던 동인도회사, 나폴레옹 치하의 이탈리아, 영국령 케냐, 나치 치하의 프랑스 등 7개 제국을 대상으로 그 실체와 몰락 이유를 짚어간다.
제국을 피지배자의 시선에서 고찰하는 방식을 택한 덕에 책의 시선은 고답적이지 않다. 온정주의와 문화적 우월성은 위선적 수사학이며, 피지배자이면서 예속적 상태를 옹호했던 계급 등 제국주의와 계급의 문제를 천착하는 시각이 돋보인다.
저자 티머시 파슨스는 7개 제국을 분석한 후 결론을 내리기 위해 자신의 조국인 미국으로 시선을 돌린다. 부제 '제국의 묘비명'은 그 방향을 암시한다. 그는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보를 지지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는 물론 학자들까지 심판대 위로 올려 그 실체를 폭로하고 위험성을 설명한다. 특히 9ㆍ11 이듬해인 2002년 9월 발표한 부시 독트린에 대해서는 매서운 비판을 쏟아낸다. 부시 독트린은 테러리스트와 테러 지원국가에 대하여 자위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선제공격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공격적인 대외정책으로 결국 미국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나아가 세계화가 가속화하며 패배한 주민들이 수월하게 저항할 수 있게 된 현실을 지적하며 21세기에 제국은 더 불가능한 사업이 되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워싱턴대학 사학과 교수로 근현대 동아프리카의 역사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역사를 강의하고 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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