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국왕의 선물' 정조가 보낸 절인 밴댕이 깜짝선물, 이덕무의 화답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국왕의 선물' 정조가 보낸 절인 밴댕이 깜짝선물, 이덕무의 화답은…

입력
2012.06.22 11:42
0 0

국왕의 선물/심경호 지음/책문 발행ㆍ전2권ㆍ각 2만4,000원

1464년 재위 10년인 세조가 신숙주를 속여 술 한 잔 얻어 먹을 궁리를 했다. 뒤에 영의정까지 지내는 신하 유순을 불러 자신이 지은 시 한 수와 소주 5병을 들고 신숙주의 집으로 보내면서 이른다. "이걸 전해주고 바로 말을 달려 돌아오너라. 그 집에 붙잡히면 네가 이기지 못한 것이고, 붙잡지 못하면 신숙주가 이기지 못한 것이니 그에게 벌로 연회를 베풀도록 할 것이다." 신숙주는 임금 하사품을 전해주고 달아나듯 가버린 유순을 잡지 못했다.

얼마 뒤 입궐한 신숙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혜로운 자가 1,000번 생각해도 한 번 실수는 있는 법, 내게 술을 올리라." 세조가 얼마나 격의 없이 신죽주를 아꼈는지, 그리고 장난끼 가득했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가 쓴 <국왕의 선물> 은 역대 조선의 국왕이 하사한 선물 이야기로 조선왕조사를 재조명했다. 신하의 공적을 치하해서 준 선물 중에는 땅이나 집, 돈이나 비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조가 이덕무에게 준 절인 웅어 두 두름, 절인 밴댕이 두 두름, 절인 준치 한 마리 같이 다정다감이 묻어나는 선물도 적지 않다. 왕에게서 물품을 받은 신하들이라고 가만 있지 않았다. 은혜에 감사하는 사은전(謝恩箋)을 지어 바쳤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임금의 선물 이야기를 골라 시대순으로 엮은 이 책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고종의 하사품을 끝내 마다하고 죽음의 길을 택해 간 최익현 같은 경우다. 고종의 아들 순종은 의병을 토적으로 규정하고 일본 육군기념일에 맞춰 일본군 주차사령부(駐箚司令部)에 하사금 1,000원을 내렸다. 선물의 객체는 탈바꿈했고 나라는 망국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