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의 경우 매니지먼트사와 수익 배분이 8대 2, 9대 1로 회사 손해가 막심하다. 괜찮은 연예인 만드는 데 20억~30억원 드는 현실에서 공정계약만 운운할 건 아니다."
"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연예인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생업이 유지되는 가수가 전체 가수 중 1%도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 탄생 기회가 늘고 한류 붐으로 연예산업은 확장일로이지만 관련 제도는 이제야 표준계약서를 정비하는 걸음마 수준이다. 그마저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의 인식 차이가 너무 커서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다.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대중문화예술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 공청회도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 대표의 공방의 연속이었다. 이날 공청회는 업계와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모아 기존안을 보완하는 자리. 2009년 제정된 가수·연기자 중심의 표준 전속계약서는 그 동안 전속계약금 폐지와 과도한 장기계약 금지,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 등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 '동방신기' 전 멤버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와 SM, '카라'와 소속사 DSP미디어 간의 갈등에서 보듯 신인 연예인의 불공정한 장기계약이나 미성년자 연예인의 과도한 노출과 학습ㆍ휴식권 침해 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하지만 공청회에서는 표준계약서의 필요성에 공감할 뿐 세부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너무 컸다. 가수 신형원(대한가수협회 이사)씨는 자신 역시 1982년 데뷔 때 불공정 계약서에 사인해 불이익을 받았다며 대중예술인들을 사업 동반자로 인정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내 경우 TV출연료는 50만원, 라디오는 10만원도 안 된다. 그마저 방송 출연기회는 바늘구멍처럼 좁고, 저작인격권조차 가수와 작사작곡가 제작자의 수익분배율이 1대 2대 7로 형편없어 대부분의 가수들이 사실상 수입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동섭 연예제작자협회 이사는 "위험과 비용을 부담하고 연예인을 통해 상품권을 제작한 사람이 권리를 가져가는 게 합당하다"며 상품권이나 퍼블리시티권을 내주기 힘들다고 맞섰다. 연예기획사 JYP의 표종록 부사장 역시 유명연예인들에게서 창출한 수익금으로 신인 발굴에 재투자하는데 최근 매니지먼트사들은 신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쪽대본과 철야 촬영 등으로 대변되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 출연료 미지급 등 제작 과정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수의 방송 출연으로 발생하는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섭외 이후 일방적으로 출연을 번복·취소하거나 스튜디오 연습 중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현 제도로는 문제제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표준계약서는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일 뿐 아니라 도박과도 마찬가지인 매니지먼트사의 투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장치다.
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화려한 연예계 뒤에는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다"며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가 파트너로 함께 가치를 만들어 간다는 인식 아래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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