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의 대표적 모델로 꼽히는 삼성그룹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무료 분양이 150마리를 넘어섰다. 150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에게 길잡이를 제공했다는 뜻이다.
삼성에베랜드는 21일 경기 용인의 안내견학교에서 시각안내견 분양식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는 강아지 때 안내견을 돌보았던 가수 정재형씨가 참석, 4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 4마리를 분양했다.
이로써 삼성이 1993년 안내견학교를 설립한 이래 약 20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 안내견은 총 153마리가 됐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선 안내견 학교에서 1년여의 까다로운 훈련과정을 거친다. 수많은 개들 중에 연간 서너 마리만 안내견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이 점에서 150마리가 넘는 안내견 기증은 대단한 기록이라는 평가다.
삼성이 회사업무나 수익과는 전혀 무관한 안내견 분양을 시작한 데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남다른 '애견관'이 있었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가족들과 떨어져 살다 보니 개를 기르며 외로움을 달랬고, 중학교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개를 유난히 사랑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진돗개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1970년대 세계종견협회가 진돗개를 확실한 순종이 없다며 인정해 주지 않는 사실을 안 이 회장은 직접 진도에 내려가 30마리의 진돗개를 사왔고, 사육사 및 외국전문가까지 데려와 진돗개 순종교배를 지원했다. 이후 진돗개가 150마리로 불어날 무렵 순종 한 쌍이 태어났고, 마침내 1979년 세계종견협회로부터 공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 세계종견협회측도 이 회장의 집념에 놀랐다고 한다. 만약 이 회장이 아니었다면 진돗개의 명성은 지금처럼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유럽언론들은 한국을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으로 매도했고, 영국동물보호협회 주도로 대규모 항의시위와 한국상품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일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회장은 삼성 국제화지원사업단을 설립, 여기에 애완견연구센터를 세운 뒤 우리나라의 애견문화를 알리는 이미지 광고를 제작해 유럽에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영국동물보호협회 관계자를 서울로 초청, 한국의 애견문화수준이 높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올림픽 보이콧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었다.
이 회장의 이런 관심은 1993년 안내견 양성 및 분양활동으로 이어지며, 삼성의 독특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안내견학교를 운영하는 곳에 국제화지원사업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세계안내견협회도 이런 공로를 인정해 2002년 이 회장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