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회의 원자력 관련법 개정으로 일본의 핵무장 우려가 커지자 우리 정부는 21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본 측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정부는 일단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는 무게를 두고 있지 않지만 주변국에 사전 설명 없이 전격 단행된 법 개정에 대해 내심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외교통상부 한혜진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국가안전보장 측면에서 원자력을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그것이 가져올 영향과 일본 내부의 진전상황은 어떤지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대변인은 다만 "일본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라며 "따라서 일본이 핵무장을 하는 국가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모범적인 핵무기 비확산국으로서 역할을 다해왔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당장 정부가 예단해서 반응하기는 곤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이 원자력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원자력 주권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과 폐연료봉 재처리가 금지돼 있다.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이다.
일본은 농축 기술을 확보했고 매년 상당량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폐기물 처리 부담을 줄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04년 원자력연구소에서 극소량(0.2g)의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를 받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우라늄은 3% 농축하면 발전용으로, 90% 농축하면 핵무기 원료로 사용된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목을 잡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후 북한의 핵개발로 선언문은 사문화됐지만 정부가 원자력 주권을 내세워 비핵화 기조를 포기하면 북핵 문제는 더 꼬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한국을 잠재적 핵개발 위험국으로 분류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원전 21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31% 수준인 원전의 전력 의존도를 2030년 59%까지 높일 계획이다. 또 세계 9위 규모의 원전 수출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몸집은 불어난 반면 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국내 원전 폐기물 보관시설은 2016년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