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잽을 날리며 탐색전을 벌이던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이 묵직한 스트레이트를 던지며 정면 승부에 돌입했다. 초반 승부의 테마는 이번 대선이 2002년 노무현 승리 모델의 반복이냐, 극복이냐이다.
먼저 싸움을 걸고 나선 쪽은 손학규 상임 고문이다. 손 고문은 21일 "문재인 상임고문으로 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며 직격탄을 쏘았다. 호남을 기반으로 영남 표를 견인한다는, 이른바 '영남후보론'으로는 대선 승리 관건인 중도층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대신 "수도권 3%가 영남권 10%와 맞먹는다"며 부동층이 많은 수도권을 공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수도권 유권자(1,984만명)가 부산·울산·경남(637만명)의 3.1배인데다 중도층도 수도권 유권자와 겹친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런 '영남 후보 한계론'은 문 고문뿐만 아니라 PK 출신인 김두관 경남지사,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고문이나 김 지사측은 "지역 후보론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잣대"라고 반박한다. 문 고문측이 이날 손 고문의 공격에 직접 대응 하지 않은 것도 영남 후보론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 고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영남후보 한계론 자체가 지역주의적ㆍ정치공학적 발상"이라며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 위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쟁점은 '친노 프레임' 극복 여부다. 문 고문이 최근 자신의 강점으로 "대통령의 관점에서 국정을 바라본 경험"을 꼽자 손 고문은 이를 "실패한 경험"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성과를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논쟁의 바닥엔 친노 그룹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느냐는 야권의 해묵은 고민이 깔려 있다. 친노 세력이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친노 이미지가 중도층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 고문이 "민주당 전체가 친 김대중 전 대통령이자 친노가 아니냐. 이 성향을 특정 사람이 독점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노무현'을 계승ㆍ발전하되 '친노 프레임'은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김 지사는 아예 '친노 비주류'임을 자처하고 있다.
대선 주자간 공방의 중심엔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모델에 대한 시각 차도 엄존한다. 문 고문이나 김 지사측은 2002년 모델을 계승ㆍ발전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손 고문측은 2002년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선에서 패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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