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자력기본법 개정에 주변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최근 일본에서 일고 있는 우경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무기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무기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했다. "최신 방위기술을 획득해 일본의 방위산업을 고도화한다"는 이유에서지만, 2차대전 전범국으로서 헌법에 명시한 평화국가 이념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컸다.
일본 의회는 20일 우주 활동을 '평화적 목적에 한정한다'라고 규정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설치법 중 '평화' 부분을 삭제한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미사일 인공위성 등을 통한 우주활동을 군사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써 과학ㆍ기상 연구에 주력해온 JAXA는 내각 정보조사실이 운용중인 정보수집위성과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조기경계위성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 관련법에도 '안전보장' 문구를 삽입, 핵무장을 둘러싼 각종 제약을 스스로 풀고 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군사대국화에 나서고, 북한이 핵보유를 시도하는 등 동북아 정세불안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최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급부상하는 것도 부담이다. 방패막이 역할을 해준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게 일본 무장강화의 빌미가 되고 있다.
진보성향의 민주당은 집권한 지 3년도 안돼 총리 3명이 교체되는 정치적 내홍을 겪고 있다. 보수세력은 소비세 증세와 연계한 연내 총선거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 우경화를 노골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자민당은 차기 총선거를 겨냥,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격상하고, 일왕을 국가원수로 명기하는 헌법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1947년 제정된 일본 헌법은 전쟁 포기와 군대보유금지를 규정,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자민당이 내건 공약은 군대의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헌법 제9조를 고치겠다는 의미다.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의 인기도 연일 상종가다. 대표적 우익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공공연히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고, 차세대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시장은 "강한 일본을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외교 관계자는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강한 일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