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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0구단 창단 늦출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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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0구단 창단 늦출 이유 없다

입력
2012.06.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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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유보로 야구계가 폭풍 전야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유보했다. 즉각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올스타전 및 WBC 불참 등 단체 행동을 예고한 것은 물론 팬들의 반발도 거세다. 선수협은 또 이른 시일 내에 긴급이사회를 열고 입장을 정리해 공식발표 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KBO 이사회가 '선수 수급에 따른 문제로 인한 수준 저하와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10구단 창단을 유보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 스포츠가 인프라를 내세우면 올림픽이나 각 종목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수영의 박태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등이 열악한 저변을 극복하고 기적 같은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국내 고교 야구팀은 53개에 불과하다. 고교 야구팀은 프로야구 출범 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미국에는 1만7,000여 개, 일본에 4,000여 개의 야구부가 있다. KBO는 앞으로 10년간 고교 20개 팀, 중학교 30개 팀 창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선뜻 한해 2억원 가까이 드는 운영비를 감당할 만한 고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더욱이 3,000평이 넘는 야구장 부지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요즘 신설되는 학교의 경우 100m 코스가 나오지 않는 학교도 많기 때문이다. 고교팀을 늘리려면 기존 8개 구단이 적극 투자에 나서는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가 내년부터 9구단 체제로 운영되면서 당분간 파행 운영은 불가피하다. 홀수 체제에서는 무조건 한 팀이 쉬어야 한다. 장마철에는 일주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휴식기를 이용해 에이스를 연속 투입하는 편법도 예상된다. 그렇다고 홀수 체제의 파행 운영 때문에 10구단 창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9구단 NC다이노스의 창단을 승인했을 때는 10구단 창단이 전제됐을 것이다. 예상된 파행적인 9구단 체제를 기약 없이 고수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단순하게 접근해 보자. 일부 구단들은 시장 논리를 유보의 근거로 든다. 아직은 시장이 적고, 야구장 등 부족한 인프라 문제를 지적한다. 하지만 프로스포츠만큼 철저한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곳도 없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우승하려면 거액의 돈을 들여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등 적극 투자를 해야 한다. 프로스포츠에서는 투자와 성적이 상관관계에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10구단 창단 문제에서 기존 구단이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선수나 감독들, 일선 고교 야구의 현장에서도 10구단 창단을 원하고, 10구단을 유치하려는 전라북도나 수원시의 열망도 강하다. 무엇보다 창단을 희망하는 복수의 기업도 있다고 KBO는 밝힌 바 있다. 한 포털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팬들의 95%가 10구단 창단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런데 유독 대기업이 주축이 된 기존 구단들만 강력 반대하고 있다. 믿고 싶지 않지만 내년부터 출범하는 9구단 체제에서 한 팀이 낙오해 예전의 8개 구단 체제로 회귀하려는 속내가 작용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또 일부 구단이 대기업이 주를 이루는 기존 구단과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10구단 창단에 유리한 여건은 앞으로 찾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지난해 처음으로 6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1,000만 관중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이제 여가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10구단 창단 문제는 홀수 구단 체제로 인한 파행 운영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9구단 창단을 승인한 당사자들이 풀어야 한다. 10구단 창단에 의지가 있다면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10구단 창단을 늦춘다고 하루 아침에 인프라가 미국이나 일본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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