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이'열혈초등학교 이 폭력 웹툰을 아십니까' 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냅다 실었죠. 졸지에 이 '귀귀'(야후 웹툰 '열혈초등학교'작가) 작가님이 폭력 웹툰의 수장이 됐어요. 그런데 바로 얼마 전 이 신문이 또 다시 귀귀 사건을 씹었어요. 이 언론이 포기를 안 하네요. 이 문제는 독자들이 판단하는 게 맞지 않나요. 그런데 이 신문은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게 아니라 그냥 결론을 내놓네요. 한숨이 나옵니다. XX일보. 작작 좀 하십시오."
두 남자의 대화엔 거침이 없다. 만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오덕'(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속어)스럽지도 않다. 국내 만화계를 둘러싼 다양한 정보와 이슈를 이야기하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ㆍ양세종씨가 진행하는 소셜 만화 라디오토크쇼 '만화만담 시즌2'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라디오 방송이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팟캐스트 방송이 정치, 사회, 연예 이슈를 넘어 만화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물론 2010년 2월 시작한 '만화가들이 만나는 만화방송-부머 라디오'처럼 만화 자체에 관한 설명과 만화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팟캐스트 방송은 있었지만 만화를 뉴스처럼 전달ㆍ분석하고 이를 실시간 동영상 생중계로 내보내는 방송은 '만화만담'이 처음이다.
6월 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만화만담 시즌2'는 지난해 12월 종영된 '강도하ㆍ서찬휘의 만화만담' 이후 반 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선보이는 후속작. 주 3회 업데이트 되는 시즌2에서는 만화계 주요 소식을 정리하고 핵심을 짚는 '뉴스테이블'과 핫이슈를 담아내는 '30분 초 재기 토론실: 어머! 30분', 인터뷰 등 시즌1의 인기 코너와 볼만한 만화 작품을 추천하는 '만화 집현전', 현대 만화사의 굴곡진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발광하는 현대 만화사' 등이 새롭게 편성됐다. 방송을 위한 서버 후원 창구도 인터넷 서점업체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 바뀌었다.
"'문턱을 낮추자'가 저희 모토에요. 시즌1이 다소 전문적이지 않냐는 반응이 있어서 대중의 눈높이와 맞추려고 수위 조절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송을 만들려고 합니다." 20일 서울 상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찬휘씨는 '만화계 전반에 대한 팟캐스트는 마니아 중심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시즌1 방송 당시엔 늘 아이튠스 예술 분야 차트에서 라디오 팟캐스트 부문 5위권 안에 들 정도로 고정 청취자가 많았다. 시즌2는 어떨까. 서씨는 "아직 방송을 시작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아 피드백이 많지는 않지만 애청자는 꽤 있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대중과의 심리적 격차를 줄이는 방송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팟캐스트의 현장성을 더하기 위해 "고정된 한 장소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던 방식을 벗어나 제15회 국제만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부천을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삼각대 위에 놓고 소셜방송 서비스인 '유스트림'을 통해 녹음 중인 팟캐스트 방송 현장을 실시간으로 생중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0개월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딘 '만화만담2'는 앞으로 소셜 만화방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화만담을 들으면서 만화계가 단순히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서씨는 "앞으로 만화 관련 소셜방송이 많이 생기고 나아가 공중파 방송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를 여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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