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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MB낙하산'도 무차별

입력
2012.06.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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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이 숨긴 직장'이라 불리는 한국증권금융 직원들은 요즘 일할 맛이 안 난다. 2009년 사장(경제관료)에 이어 최근 부사장(경제관료)과 감사(청와대 비서관)마저 낙하산이 내려온 탓이다. 노조는 전문성 결여를 내세워 108배 반대집회를 열고, 법적 다툼까지 예고하고 있다. 독점구조와 고액연봉이 세상에 알려져 질시를 받더라도 낙하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뿐이 아니다.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금융가는 정권 말 쏟아지는 무차별 낙하산 공습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실 금융계는 낙하산 인사의 주무대다. 금융회사 사외이사나 유관기관장 자리를 적당히 꿰차고 있으면 표가 나지 않는데다, 하는 일도 거의 없으니 고액보수만 챙기면 그만이다. 낙하산 종류도 금융당국, 경제관료, 정치권 등 다양하다.

금융계 낙하산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나, MB정부 들어 도를 넘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도 모자라 '낙하산 8종 세트'(고소영+동지상고, 서울시, 현대건설, 한나라당, 대선캠프ㆍ인수위)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염치불문 문어발 인사다. MB낙하산이 금융시장을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에선 "MB정부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53명에 달한다"는 폭로도 있었다.

6대 금융지주 중 5곳의 수장도 MB인맥이 장악했다. KB(어윤대), 우리(이팔성), 하나(김승유 전 회장)는 고려대 동문, 산은금융(강만수)은 서울시 및 소망교회 인맥, 농협금융(신동규)은 대통령직인수위 출신이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MB의 동지상고 동문이다. MB정부는 노조의 반발과 여론의 역풍을 무릅쓰면서까지 인사를 강행했다.

증권업계 역시 낙하산 공습에서 예외는 아니다. MB집권 이후 한국거래소(김봉수)를 필두로 대우증권(임기영), 우리투자증권(황성호), KB투자증권(노치용), IBK투자증권(이형승), 신한금융투자(이휴원) 등의 사장이 MB인맥으로 바뀌었다. 증권 경력이 없는 인사도 있어 전문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금융공기업들 역시 MB인맥이 차례로 싹쓸이했다.

독립성이 생명인 한국은행은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중수 총재가 맡고 있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 때마다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우선한다'는 의심과 함께 개혁을 빌미로 조직을 망가뜨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드러난 것이 이 정도니 금융회사 사외이사나 감사 자리는 두말할 것도 없다. MB집권 이후 선임된 은행권 사외이사 3분의 1 이상이 낙하산 인사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참여정부 때도 '코드 인사'라는 낙하산이 존재했지만 숫자 및 장소 불문, 전문성을 따지지 않는 묻지마 간택, 회전문 인사 등으로 변질된 MB정부 정도는 아니었다"며 "대선공약이나 법 개정을 통해 최소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뽑는 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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