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 인맥을 보면 가히 PK(부산ㆍ경남) 전성시대다. 그렇잖아도 PK가 득세하던 와중에 경남 거제 출신의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까지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PK가 요직을 거의 싹쓸이하는 양상이다. 출신 지역과 무관하게 능력만으로 자리에 오른 이들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세를 확장시켜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 전 회장이 이날 주총에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최종 확정되면서 금융권의 꽃이라는 금융지주회사 회장 6자리 모두 PK의 차지가 됐다.
우선 '4대 천황'으로 불리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경남 합천), 어윤대 KB금융 회장(경남 진해),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경남 하동)이 모두 PK 출신이다. 여기에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고향도 부산이다.
지주사 회장 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 은행권을 대표하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모두 부산 출신이다. 은행장 중에서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부산에서 태어났다. PK 출신이 금융권 요직의 절반을 넘는다.
이런 PK 독식 현상을 단지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렵다. 한 금융계 인사는 "MB의 최측근으로 현 정부 실세인 강만수 회장이 여전히 금융권 인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PK 인맥의 세력을 넓혀가는 측면이 다분하다"고 해석했다.
실제 강 회장과 김석동 위원장은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의 결속력에 동향의 끈끈함까지 더해져 서로 밀고 끌어주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게 정설이다. 신동규 회장 역시 고등학교(경남고) 선배인 강 회장의 지원 사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병원 회장은 경제기획원 출신이지만 강 회장의 서울대 법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TK(대구ㆍ경북) 인맥의 금융권 위상은 많이 위축됐다. 단 한 명의 지주회사 회장도 배출하지 못한 채 대구 출신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중심을 잡고 있는 정도다. 과거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경북 상주),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경북 영덕) 등이 묵직하게 포진하고 있을 때와 대비된다. 은행장 중에서는 이순우 우리은행장(경북 경주), 서진원 신한은행장(경북 영천), 조준희 기업은행장(경북 상주)이 TK 인맥이다.
충청권에서는 민병덕 국민은행장(충남 천안), 윤용로 외환은행장(충남 예산),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충남 보령), 신충식 농협은행장(충남 예산) 등을 배출했다.
금융계 요직 중 호남 출신은 거의 전무하다. 1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 하영구 씨티은행장(전남 광양) 정도가 눈에 띈다. 금융계 고위 인사는 "결국엔 인맥 인사가 극심한 지역 편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도 인사 태풍에 휘말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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