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광둥성 광저우(廣州)시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나이지리아인이 갑자기 숨지자 아프리카계 외국인 수백명이 이에 항의해 도심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중국인들은 시위대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노골적인 반 외국인 혐오감을 드러냈다.
20일 신화통신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 5시께 광저우 기차역 근처의 쾅취안 파출소에서 나이지리아 남성이 돌연 의식을 잃은 뒤 숨졌다. 이 남성은 승객을 실어 나르는 전동자전거의 요금 문제로 중국인 기사와 몸싸움을 벌였다는 이유로 이날 파출소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었다.
당국은 "법에 따라 사인을 조사 중"이라며 그의 국적 등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시신도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고 있다. 초기 조사 결과 시신에 외상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19일 오후 파출소 앞에 아프리카계 외국인 수백명이 몰려 들어 도로를 점거했다. 교통은 순식간에 마비됐다. 이들은 '시신을 돌려 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경찰 차량 등을 향해 벽돌을 던졌다. 당국은 결국 폭동진압 경찰을 동원, 이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부상을 입었다. 일부 중국인들은 시위대에게 "광저우는 너희 땅이 아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면서 충돌 직전의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이번 사건은 중국이 불법입국, 불법체류, 불법취업 등 '3비(非) 외국인'에 대한 특별 단속을 하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광저우에는 수십만명의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비 외국인 단속에 대한 불만이 시위로 폭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2009년 7월에도 나이지리아인 남성이 경찰의 비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2층에서 뛰어내리다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100여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이번 사건이 발생한 쾅취안 파출소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현재 중국과 나이지리아는 양국간 국민 감정이 최악이다. 나이지리아는 지난달 외국인 불법 체류자와 취업자를 단속하면서 중국인 100여명을 체포했다. 외국인의 방직물 소매업 종사를 금지하는 나이지리아 법을 어긴 상인과 노무자들이었다. 나이지리아 당국의 조치는 중국이 3비 외국인 단속을 하면서 나이지리아인을 대거 추방한데 따른 보복이라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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