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몽땅의 샹송으로 유명한 프레베르의 시 '고엽'에는 '인생'이란 단어가 세 번 등장합니다. "그녀를 사랑했을 때, 인생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고, 그러나 "인생이 우리를 헤어지게 했다"고, 헤어졌어도 "변함없는 나의 사랑은 인생에게 감사한다"고 말입니다. 시인의 표현법을 빌려서 말한다면 저는 "인생이 나로 하여금 문학을 하게 했고 나는 그 인생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수상 소감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저는 젊은 날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등의 문제로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특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가 가장 고민스러웠습니다. 문학을 하게 된 것은 이 해답을 얻기 위해서였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삶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인지 서서히 깨닫게 된 일이야말로 제가 문학을 하게 한 인생에 감사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문학을 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었을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그분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 덕분에 저는 외롭지 않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처럼 혹은 그들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가다듬으면서 때때로 나태해지려는 저 자신을 끊임없이 각성시키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문학이 저에게 생각하는 힘을 키워 주었고 생각이란 깊이 하면 할수록 좋은 결과에 이른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문학비평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문학을 생각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대상이 시든 소설이든 작품을 집중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의미가 보이고 이해할 수 없던 언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화하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여러 차례 하다 보면 인간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또한 자기 반성을 함으로써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믿음을 갖기도 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심사위원들과 한국일보사 및 팔봉비평상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영광스럽지만 외로울 수도 있는 수상자의 자리에 공동 수상으로 동반자가 되어주신 황현산 선생님, 하객으로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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