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소재 모 중학교 A 교사는 이달 초 교육청 관계자로부터 "26일 치러지는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학교 성과급 항목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학교 성과급을 받는 데 불이익이 된다는 이야기라 평가를 치르는 중3 교사들은 물론 교장, 교감에게도 압박이 됐다. A 교사는 "0교시 8교시에 문제풀이라도 해서 성적을 올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0교시 8교시 연장수업, 교내 자체 모의고사 실시, 학교 예산으로 평가대비문제집 구입 등 전국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본보 20일자 12면) 평가 성적을 학교 성과급과 연계하는 등 파행운영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355개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6월 13일부터 18일까지 긴급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40.3%(143개교) 학교가 "성취도평가를 대비한 교육과정 파행이나 비교육적 상황이 있다"고 답했다고 20일 밝혔다. 학교 별로는 초등학교가 51%, 중학교는 42.2%, 고등학교는 16.7%로 '파행사례가 있다'고 답변했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파행 사례는 '교과학습 부진학생 대상 강제 방과후학교 문제풀이 수업'(21.7%)이었고, '0교시 또는 7(또는 8)교시에 평가 대비 문제 풀이 수업'을 한다고 답한 비율은 21.1%였다.
교사들이 주관식으로 답변한 조사 문항 이외의 파행사례를 보면 '평소에 정규수업시간을 할애하면서라도 성적을 올리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지만 공문으로는 교육과정을 파행운영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학교가 많았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는 5월에 1학기 진도를 다 마치고 성취도평가에 대비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전교조 손충모 대변인은 "인천시교육청은 7월에 지급해야 할 학교성과급을 평가 성적이 발표되는 10월로 일정을 미루면서 성적을 성과급에 반영할 의지를 보였다"며 "교과부와 교육청은 성취도평가 대비 교육과정의 파행운영을 방조하지 말고 전수평가가 아닌 표집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