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의 공짜전화 '보이스톡' 등장으로 통신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는데도 팔장 만 끼고 있던 정부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는데 요지는 "이용자나 이동통신업체들이 알아서 하도록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어이없는 얘기였다. 이동통신사들이 보이스톡을 차단하든 말든 정부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계속 팔짱만 끼고 있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동통신사들은 보이스톡 같은 공짜전화서비스가 달가울 리 없다. 이동통신사들이 기껏 자기 돈 들여 망을 깔아놓았는데, 카카오톡이 나타나 무료로 통하는 문을 열어 놓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SK텔레콤과 KT는 공짜전화 서비스를 부분 제한해놓고 있는데, 이번엔 LG유플러스가 "우리는 문제삼지 않겠다"면서 덜커덕 보이스톡 차단을 해제했다.
이동통신사와 카카오톡측이 다투고, 또 이동통신사들 내에서도 입장이 서로 다른 상황. 소비자들은 분명 공짜전화인데 마음대로 못쓰게 하는 이동통신사들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고, 어떤 이동통신사는 되고 어떤 이동통신사는 안 되는 상황도 혼란스럽다. 이쯤 되면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할 텐데,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장 자율은 좋다. 하지만 언제부터 이동통신시장이 어디 자율적인 시장이었나. 가장 규제가 많고, 시시콜콜 당국의 간섭이 많았던 곳이 바로 이동통신시장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골치가 아프니까 시장자율 운운하다니, 이는 결코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 할 수 없다.
심지어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는 불허하고 LG유플러스는 허용한다면 이용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란 질문에 "무료전화를 쓰고 싶으면 허용하는 이통사를 선택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약정에 묶여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정말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따지고 들어가면 무료전화 논란은 망 중립성 논의로 귀결된다. 과연 통신망이 누구의 것인지, 통신사의 기득권을 인정해줄 것인지 아니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따지는 복잡한 이슈다. 하지만 과연 이래서야 정부가 망 중립성 결론을 내릴 수나 있을지나 모르겠다.
최연진 산업부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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