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명(失明) 반체제 인사 리왕양(李旺陽)이 병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중국의 최고 정책 자문 기관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한 위원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홍콩의 밍(明)보는 8일 홍콩 출신 기업가인 류멍슝(劉夢熊) 정협 위원이 "리씨의 사망 원인에 의심 가는 부분이 많다"며 "중앙 정부가 나서 사인을 철저히 조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류 위원은 "한 사람 사망사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권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만약 누군가 그를 타살한 것이라면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협 위원이 반체제 인사의 의문사와 관련, 중앙 정부의 공식 조사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리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인터넷 공간과 홍콩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유명 블로거인 원윈차오(溫雲超), 중국의 경제학자 시아예량(夏業良),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 등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 합류했다.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 등 20개 단체는 10일 시민 1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거리 행진을 할 예정이다.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반혁명 선전 선동죄로 20여년간 수감됐다 지난해 석방된 리씨는 6일 후난(湖南)성 사오양(邵陽)시의 한 병원 병실에서 침대 옆 창틀에 목이 매인 채 발견됐다. 공안과 병원 측은 그가 자살했다고 밝혔지만 유가족은 수감 생활까지 견딘 그가 자살할 이유가 없는 데다 발견 당시 발이 땅에 닿아 있었다며 진상 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 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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