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짜리를 2억원 깎아주면 기사거리가 되지만 21억원짜리를 2억원 깎아준다고 기사 쓰는 건 지나가는 개도 웃는다."(19일자 18면 '찬밥 중대형 분양시장에 훈풍이…' 제하 기사에 대한 @희망인님 등의 댓글 의견입니다.)
'아파트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던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가 최근 조금씩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인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독자와 네티즌들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반응 중에는 "21억원이나 나가는 비싼 집을 고작 2억원 깎아주는 게 무슨 대수냐""집값은 여전히 거품이고 아직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처럼 '조금 깎아준 것 가지고 침소봉대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상당수였습니다.
지적대로 4억원에서 2억원을 깎아주면 분명 큰 기사거리입니다. 또 심각하게 침체된 중대형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21억원에서 2억원 정도 깎아준 할인폭이 크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사의 취지는 '어디가 얼마를 깎아줬다'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기사 제목처럼 그 동안 사실상 거래 실종 상태였던 중대형 시장에서 올 들어 거래가 늘고 있는 상황을 알리는게 목적이었습니다. 또 취재결과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이나마 팔리는 이유가 건설사들이 중소형보다 면적당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거나 금융조건을 완화해주는 등 중소형보다 상대적으로 좀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최근 부모와 자녀의 2세대로 구성된 전통 핵가족이 빠르게 해체돼 1ㆍ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추세 못지않게 부모와 장성해 결혼한 자식이 다시 합쳐 사는 경우도 늘고 있고, 이런 변화가 중대형 주택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는 단순히 가격 할인에 따라 늘어난 수요가 아닌 것이지요.
건설사가 제공하는 미분양 혜택의 많고 적음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혜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실상 동면 상태인 중대형 주택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배경에 주거패턴의 변화라는 움직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보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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