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12월 경영난에 처한 컴퓨터 공부방 사업을 정리한 신명식(54)씨는 6월초부터 서울북부기술교육원에서 운영하는 3개월 과정의 준고령자 직업 훈련과정인 도배 수업을 받고 있다. 10년 전 한 전자업체에서 퇴직한 그는 덜컥 창업을 선택했지만 결국 쓴 맛을 본 후 보다 안정적인 이모작을 위해 전문 기술 습득에 매달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줄줄이 창업에 뛰어 들고 있지만 전문성과 자금 부족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재취업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전문 교육을 받아 취업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2. 간호 조무사로 대학병원과 요양원 등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이순애(50)씨도 요즘 북부기술교육원의 조경관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서 성급하게 창업에 나서는 일은 정말 위험천만합니다. 전문 기술 습득을 통한 재취업이 노후대책으로 가장 현명한 길인 것 같아요.”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12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 되면서 ‘묻지마 창업’ 대신 기술 습득을 통해 재취업을 노리는 ‘제2의 취업’족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북부ㆍ중부ㆍ남부ㆍ동부 기술교육원에서는 모두 200명 정도의 베이비부머 및 고령자들이 조리와 노인요양, 도배, 조경 등 10개 과정에 등록해 재취업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2월27일부터 서울시 산하 4개 기술교육원들이 시작한 3개월 과정의 준고령 취업 전문 과정에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평균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북부기술교육원의 경우 2011년 준고령자 직업 훈련 이수자 가운데 64.7%가 취업에 성공했다. 나머지 3개 기술교육원의 경우도 취업률이 평균 50%를 넘어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가 지난해 전국 베이비부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제2의 취업’을 향한 강한 욕구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전체 응답자들 중 48.8%는 퇴직 후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재취업을 가장 선호했고, 자영업 또는 창업을 꼽은 응답자는 20.6%에 불과했다. 또 베이비부머의 재취업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도 ‘업무 능력을 중시하는 기업과 사회의 풍토 조성(43.3%)’과 ‘정부의 고용 보조금 확대(28.3%)’에 이어 응답자의 15.3%가‘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재취업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시 일자리센터 강지화 고령자 상담 팀장은 “최근 불경기가 계속되고 창업 실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창업보다는 직업 교육을 이수한 뒤 재취업을 선택하는 베이비부머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도 베이비부머들의 창업은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12년 5월 중 기업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설법인수는 6,127개에 달했다. 올 들어 1월 6,500개, 2월 6,439개, 3월 6,604개, 4월 6,183개로 꾸준히 6,000개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5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2008년 47.1%에서 지난해 53.9%로 증가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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