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 필자가 속해있는 386세대는 세상은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항상 완벽하고 공정한 것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바꾸어 개선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86이라는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돌을 들고 운동권이 된 것은 아니지만, 386세대의 정서는 바로 불의에 대항해서 세상은 우리가 바꾸고 만들 수 있다는 의지와 열정에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러한 의지와 열정은 결국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가져왔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아무리 386이 마음에 안 들어도 그들이 이룩해 낸 민주주의에 힘입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386과 그 윗세대의 의지와 열정,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젊은이들은 군대와 경찰과 국정원의 감시와 폭력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경험할 것이고, 읽을 수 없는 책과 읽을 수 있는 책의 구별이 얼마나 답답하고 한심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며, 독재와 권위주의에 영혼을 파는 학자와 인간의 군상을 볼 것이며, 규격화된 가요, 음악회 및 드라마가 얼마나 메마른 것인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위질되어 내용이 통째로 바뀌는 영화를 보게 될 것이며, 사실을 보도하려 몸부림치고 해직되는 기자들을 알게 될 것이며,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노동의 현장에서 괴로워할 것이다. 국민의 소득수준이 일정정도 이상으로 늘어나면 자연히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 사회 구성원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과 의지와 행동이 없으면 그렇게 쉽게 민주주의는 오지 않는다. 아랍의 봄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았는가. 그래도 민주주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는 태도는 386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윗세대도 세상을 엄청나게 바꾸었다. 이른바 산업역군으로서 가난한 세상을 풍요로운 세상으로 바꾸고자 했고,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뛰어다니면서 산업화를 이룩했다. 재벌에 대해서 지금 많은 합리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처음 재벌기업을 일으킨 창업주들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해서 생긴 대기업들이 지금 무수히 많은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고 또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 세대의 각고의 노력 덕분에 386세대와 그 밑의 세대는 풍요로운 대한민국에서 살게 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일 공개한 19대 총선 투표율 분석결과에 따르면, 20대 후반은 37.9%, 30대 전반은 41.8%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18대 총선에 비해서는 크게 오른 투표율이지만 아직도 60%를 넘어서는 50대와 60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2030세대의 투표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수도권의 2030세대가 전국평균보다 약 3~4% 높게 나온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젊은 세대의 세상에 대한 태도는 그리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세상은 이들 젊은 세대에게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사회구조가 되었다. 사회는 양극화되어 상위 1%가 소유한 부가 17%에 육박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고, 특권층이 사회를 장악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으며, 경제성장률은 떨어져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기회의 창출은 요원해지고, 가계부채, 국가부채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이제 곧 베이비부머의 조기퇴직과 고령화로 인해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이제는 세상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할 때가 왔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세상은 그들이 주역이 돼서 살아야 할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남부럽지 않은 지식과 스펙을 쌓고 있다. 조금 더 세상에 대해서 지적인 관심과 정의감을 가진다면, 그리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좀 더 실험적인 사고와 시도를 한다면 이들은 세계사에 남을 만한 신문명을 만들 역량이 있다. 젊은이들이여 윗세대를 탓하지 말고 윗세대와 경쟁해 세상을 공부하고, 개혁하라. 여러분에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정보와 지식과 투표라는 평화적 도구가 있지 않은가.
이근ㆍ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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