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법이 집중 논의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 정부지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성장에 방점을 찍은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근본적인 유로존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내 전문가들 또한 "정치적 레토릭(rhetoricㆍ수사)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유럽의 금융통합은 매우 막연하고, 금융동맹으로 은행에 대한 공동 감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사후약방문"이라고 지적했다. 방화벽 부재로 남유럽의 위기가 북유럽까지 확산된 것인데, 금융통합을 강화한다는 말만으론 어떤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남유럽에 대한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못하도록 금융감독 당국에서 철저히 감시하자는 대책은 옳은 방향이나, 이미 발생한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오 교수는 "G20 정상회의가 세계적인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남유럽과 북유럽의 갈등을 조정해 타협안을 이끌어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3%를 초과하거나 공공부채가 60%를 넘으면 해당국에 자동적으로 제제를 가할 수 있는 내용의 재정규율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이 재정규율을 적용하지 말고 돈을 빌려달라는 주장이고,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 해법으로 '성장' 키워드를 꺼내든 것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등은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국가인데, 성장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들에 대한 구조조정 속도를 늦춰주겠다는 처방도 정치적인 화술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어떤 방식으로 자본을 조달해 어떻게 구제금융을 집행할 것인지 논의하면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게 상식"이라며 "자본조달에 대한 언급 없이 구조조정 속도만 언급한 G20의 논의는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G20 정상회의는 유로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기보다는, 향후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표명하는데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페인 등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고,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구체적인 논의 없이 방향만 제시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28, 29일 개최되는 EU 정상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인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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