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젖 강아지 뒤축 문다구 어린 것이 주모가 뭐냐? 고모 이모 숙모 다 빼놓구. 그러구 성이 나 씨여? 턱없이 나라구 들이대니, 뭣 모르는 사람은 재작년 그러께 바람나서 집 나갔던 서방인줄 알겠다 이눔아.
아휴, 저 여편네, 죽지두 않구 입담이 펄펄 나네 날어.
서일수와 신통은 그들의 던지고 받는 수작을 재미있게 듣고 서 있었다.
뭘 그리 말뚝마냥 우두커니 서 있어? 오줌 누려고 저어 뒷간 장군에다 갈겨야지, 여기서 쌌다간 단칼에 쳐서 안주로 상에 내갈 거여, 깔깔깔.
온 제미랄, 더 이상 얼쩡거리면 송이고 탱자고 사정없이 떼이겠군. 어서 어서 들어가우.
김만복은 질렸다는 듯이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 초가삼간 방 두 칸인데 봉당 건너 방에 들어가 앉으니 그래도 정갈하고 뽀송뽀송 마른 삿자리가 깔렸다. 아예 상 두개를 방 가운데 펴 두었는데 틈이 보일 정도로 대충 널판자를 대어 맞춘 간이 술상이었다. 우선 허리춤에서 곰방대를 내어 한 대씩 붙여 무는데 만복이가 서울 왈짜답게 성냥을 꺼내어 시척 하고 불을 붙여주었다. 이신통이도 연초전의 전기수로 드나드는 동안에 담배를 배워서 무료할 때마다 봉노에서 한 죽씩 태우더니 그예 입에 붙고 말았다. 김만복이 서울의 알짜배기 경아리라 눈치 빠르게 그들의 느닷없는 훈련도감 방문을 짚었다.
헌데 과시도 끝났겠다 무슨 접을 꾸리자는 일도 아니겠고…… 공연히 술 먹자고 무싯날에 찾아올 리도 없으니, 내게 부탁할 일이 대체 무엇이오?
아따 눈치하고는, 술이 몇 순배 돌아간 뒤에 슬슬 꺼내려고 했더니 과연 서울 왈짜가 빠르군. 그냥 놀러오기 멋쩍어서 일거리를 가져왔는데, 우리 방이나 좀 얻어 주소.
서일수가 말하자 만복은 신통을 슬쩍 돌아보고 나서 농을 던진다.
둘이 신접살림 차리시게?
지금 여덟 놈이 살림 차리고 있수. 내가 기중 연하라서 왕십리를 어느 쪽으로 돌릴까 밤마다 걱정이라오.
신통이 봉놋방 신세를 빗대어 무덤덤하게 대꾸하니 두 사람이 어이없다는 듯 천장을 바라보며 웃었다.
어럽쇼, 성균관 개구리는 면했네.
서일수가 신통의 곁말 대꾸를 은근히 칭찬했고 김만복이도 한통속으로 거들었다.
파리 위에 날라리가 있고, 소리 없는 방귀가 훨씬 쎄다구 하든데. 이 사람을 성님이 잘 훈도하면 운종가에 거치적거릴 상대가 없을 듯하오만.
무엇인가 못된 장난을 함께 벌이고 나면 은연중에 짝패가 되는 법이라 주고받는 곁말도 손발이 척척 맞아 돌아갔다. 만복은 우선 말발을 맞춰보고 나더니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간다.
좋기는 도성 안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얌전하고 조용하기로는 남산골이지만, 두 양반이 한양에서 무슨 놀음을 하려는지 내가 알 수 있소?
그 어디 서린방 가까운 쪽은 어떠우?
에그, 거긴 못쓰우. 서슬 퍼런 의금부며 전옥서가 있는 곳인데 괜히 목자 불량한 옥리 나장들과 시비 붙었다가 경치기 십상이우.
하더니 잠깐 대꾸가 없는 서일수를 찬찬히 살피며 만복이 던져 본다.
거 혹시 누군가 경치고 있는감?
서일수는 빙긋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김만복보다도 신통이 더욱 놀랬다. 그가 한양에 와서 도모할 일이 있다더니 이제 속내가 나오는 모양이라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내가 의리상 옥바라지할 사람이 있어서…… 혹시 서린 전옥서 옥사정 중에 아는 이라도 있소?
그야 옥리도 여러 놈 되고 옥사정도 두어 놈 알지요. 헌데 염라국 귀졸 야차도 돈에는 보살로 변한다는 소리 못 들었소? 인정전을 좀 쓰면 면회에 사식 바라지에 술과 고기며 별의별 것을 다 들이고 낼 수 있다오.
김만복이 자신 있게 돌아가는 물정을 말하더니 제안을 하였다.
운종가나 종루 배오개나 모두 복잡한 저잣거리라 사람이 많으니 좋을 것 같지만, 보는 눈도 그만큼 많고 기찰도 심한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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